20대가 가장 많이 느끼는 첫 번째 두려움. 그것은 내 꿈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내 꿈이 진정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할까봐 느끼는 불안. 누군가에게 내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 그 소망을 이루지 못할까봐 느끼는 두려움. 이것은 동서고금의 젊은이들이 느낀 한결같은 아픔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이 두려움은 확실히 과장되었다. 우리는 두려움을 마음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느낀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학습했고, 두려움에 짓눌리고, 두려움에 잡아먹혔다. 한국사회는 어린 시절부터 개개인에게 과도한 두려움의 문화를 학습시킨다. 남에게 뒤지는 것에 대한 불안. 남들보다 뭐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 누구에게도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삶에 대한 불안. 이런 ‘학습된 불안’은 우리의 진정한 자아를 만들어가는 데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불특정 다수의 객관적 칭찬 때문에 행복해지지 않는다. 내가 진정으로 각별하게 여기는 타인이 오직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존재를 알아볼 때, 우리는 희열을 느낀다. 우리는 나를 깊이 알지 못하는 만인의 칭찬보다는 나를 깊이 알고 소중히 여기는 한 사람의 따스한 시선으로 기쁨을 느낀다. 내 존재의 고유한 빛을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나고, 나 또한 그만이 지닌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될 때. 삶은 끝없는 고통이기를 그치고, 두려움은 더 이상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20대를 괴롭히는 두 번째 두려움. 그것은 삶에 대한 조급증에서 온다. 나 또한 ‘서른이 되기 전에’ 무언가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서른이 넘으면 인생은 좀 더 안정되고, 평온하고, 거리낌 없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서른을 향한 공포는 숫자를 향한 미신일 뿐이다. 나는 사실 서른이 훨씬 넘어서야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깨달았다. 신기하게도 ‘서른이 넘어서야 찾은 꿈’은 전혀 ‘늦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찾기 위해 겪어온 모든 실수와 방황이 내 글쓰기에는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맞는 꿈 찾기의 속도란 없다.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 낭비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자긍심이 필요하다.
위대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라이프스토리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 속에는 그들의 ‘트레이닝’ 기간을 다루는 장면이 아주 짧게 나온다. 운동선수가 몸을 만드는 과정, 음악가가 재능을 단련하는 과정, 화가가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 이 모든 지난한 과정들이 영화에서는 마치 5분짜리 뮤직비디오처럼 짧고 간단하게 스치듯 다루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짧고 불친절하게 다뤄지는 그 ‘수련’의 과정이야말로 젊은 시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멀리서보면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멋질 것도 없는 그 트레이닝의 과정이야말로 우리 인생을 끝내 빛나게 하는 최고의 비밀이다. 영화에서는 5분이 채 안되지만, 인생에서는 거의 평생일 수도 있다. 그 수련의 소중함은 스피드나 드라마틱함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만들어가는 일상의 빛으로 증명된다.
무언가를 배울 때, 단기간에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적어도 1, 2년은 지나야 자신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인생의 교양을 쌓아가기 위한 기간으로 대학 4년도 짧다. 과정의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음의 근력을 키울 수 있다. 영화는 2시간 만에 한 사람의 인생을 스피디하게 보여주지만, 우리 인생은 몇 년이 지나도 별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럴 때 그 ‘보이지 않는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나만의 글쓰기’다. 일기든, 편지든, 우리의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게 만드는 글쓰기에 조금만 시간을 써보자. 나는 옛날에 쓴 일기나 메모를 우연히 발견할 때마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동시에 ‘그동안 훌쩍 자란 나 자신’을 발견한다. 과거의 메모가 유치하고 쑥스러울수록, 그동안 조금은 성숙해진 나 자신이 기특하다. 빛바랜 책갈피 위에 휘갈긴 서툰 메모들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향해 보내는 편지가 되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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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ch.yes24.com/Article/View/2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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