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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탐사실/2013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16

#15. 신뢰라는 이름의 구원, 소설 <중력 삐에로> "넌 나를 닮아서 거짓말을 못 해." 이 한마디가 뭐라고, 벌써 세 번째 손에 잡는 를 읽다 펑펑 울어버렸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아버지와 아들이란 그렇다. 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면 어떨까. 피로 맺어지지도 않았고, 물려받을 유전자도 없다면? 소설 속 주인공인 하루와 그의 아버지가 그렇다. 하루는 아버지의 아들이지만, 사실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다. 그는 강간범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예고없이, 불현듯 닥쳐왔던 추악한 그림자. 그 불행의 씨앗으로부터, 하루는 태어났다. 강간범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사실. 그것이 하루를 괴롭게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받아들였고 친자식처럼 키워왔지만, 형 이즈미 역시 단 한번도 피가 다르다는것을 의식하.. 2013. 12. 8.
#14.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 이라는 개념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내는 영화가 있을까. 영화 에서 병장 이수혁은 북한의 군사 오경필과 친분을 유지한다. 매일 밤, 돌멩이에 꽁꽁싸매 들려보내는 편지 한 통.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난 형이 있는게 소원이거든요." 라던 이수혁 병장과, "광석인 왜 이렇게 일찍 죽었대니? 우리 광석이를 위해서 건배 한 번 하자." 라던 오경필 중사. 그들과의 추억을 모두 공유하는 관객으로서는, 영화의 엔딩장면으로 쓰인 이 한장의 사진에 목이 메어오고야 마는것이다. 푼크툼. 나를 아프게 찌르는 그 무엇. 인생은 언제나 그렇게, '모두의' 것이 아니라 '나만의' 것으로 완성되는 게 아닐까. 나에게는 '그 무엇' 이 존재하고 있을지, 내 인생에는, 얼마나 많은 푼크툼의 순간들이 있을지, .. 2013. 11. 28.
#13. 말들이 말을 거는 순간들, 단편소설 <그 남자의 책 198쪽> 때로 어떤 이름은 그 자체로 강력한 유대감을 낳는다. 대학교 3학년때였나, 스터디를 통해 알게 된 선배와 지하철을 같이 탄 적이 있었다. '알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기간은 무척이나 짧은 것이었고, 그래서 내심 서로 어색한 기운을 감출수는 없었다. 게다가, 나로서는, 어찌됐든 선배가 아닌가. 그러나, 어색할거라는 예상은 기우에 불과했다. 우리는 의외로 쉴 새 없이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선배가 달변이라거나 내가 수다쟁이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선배의 입에서 튀어나온 '윤성희' 라는 이름 석 자 때문이었다. '어? 윤성희를 아세요? 저도 그 작가 작품 좋아하는데.' 마침, 나로서는 윤성희의 단편집을 읽은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그 반가움은 더했다. 그렇게 우리는 친해졌다... 2013. 11. 27.
#12. 우리는 혼자 자라지 않는다, 영화 <토이스토리3> 많은 이들이 그랬겠지만 나도 를 극장에서 보며 한없이 눈물을 훔쳐야만 했다. 어른이 되면 버릴 수 밖에 없는 것들. 나의 유년기에 대한 기억과, 함께 자라온 모든 추억들. 그 과거에 이별을 고하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끝이 있다는 것. 영원히 함께하지는 못한다는 것. 그렇기에 누군가는 뒤돌아야 하고,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래도 그 이별이 아프기보다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를 보며 배웠다. 우리는 결코 혼자 자라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이별을 고해야만 한다. 언제, 어디에서, 누군가에게라도, So long... 2013.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