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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극복실/괜찮아 : 아포리즘84

이동진, 넘어지는 것이 우리 삶의 기본기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높이 10미터. 공중그네 곡예사들은 그 높은곳에서 몸을 던져 그네를 옮겨타죠. 그런데 그들도 처음엔 그물로 떨어지는 연습만 한다고 합니다. 유도역시 낙법부터 배운다고 하죠. 잘 넘어지는 법, 낙법이라는 것은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것은 스키나 오토바이, 축구나 럭비같은 종목도 마찬가지일텐데요. 떨어지는 법, 쓰러지는 법, 추락하는 법. 어쩌면 삶의 기본기라는 것들도 다 이런것들인지 모르겠습니다. 혼자서 자전거를 타게 된 순간, 잊지 못하죠. 자전거를 타면서 알게 된 바람의 맛. 그것은 넘어진것을 겁내지 않게 된, 마음이 주는 선물이었죠. 생각해보면 우리의 첫걸음마도 넘어지는것에서 시작됐잖아요. 틀리는 것,.. 2015. 2. 21.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 엄마는 코코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살아있는 것들은 다 겁이 나서... 겁이 나서, 금붕어 한 마리 키우고 싶지 않았거든." 좋은 가을이었다. 아직도 덥고, 아직도 바람은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이번 가을에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았다. "엄마... 나 공부 열심히 할게." 신발을 신다 말고 내가 말했다. 엄마는 나를 가볍게 째려보았다. 옴마가 허락했음! 십 초도 지나지 않아서 환호성이 담긴 메시지가 내 휴대폰으로 도착했다. 언제나 무거운 가방과 피곤한 머리가 무겁게 의식되던 전철역이 오늘따라 밝고 활기차게 보였다. 이상한 일이다.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어버리는가보다. - 공지영, 2014. 12. 15.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 응, 행복해. 우선 네가 있어서 그렇고, 또 죽을 것 같은 강물을 어떻게든 건너 온 자부심도 있어. 아침마다 생각해. 오늘은 우주가 생겨난 이후로 세상에 단 한 번밖에 없는 날이다. 밤새 나는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있다. 아이들도 아프지 않고 잘 자고 있다. 새벽녘 창밖은 아직 싸늘한데 우리 집은 따뜻하다... 언제부턴가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게 되었거든. 엄마랑 이렇게 사는 일, 새로 시작하는 일, 그렇게 장밋빛만은 아닐거야. 힘이 들때면 오늘만 생각해. 지금 이 순간만. ... 있잖아. 그런 말 아니? 마귀이 달력에는 어제와 내일만 있고 하느님의 달력에는 오늘만 있다는 거? - 공지영, 2014. 12. 15.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 빨간 딱지가 더덕더덕 붙은 집에서 외할머니는 매일 밤 울었는데 엄마는 외할머니가 더 슬퍼할까 봐 슬픈 기색도 보일 수가 없어서 매일 하나씩 즐거운 일을 찾아내고 그것을 기뻐하는 연습을 했다고 했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하루는 하루 종일 좋은 일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이 나쁜일만 일어났기 때문에 도무지 즐거운 일을 찾을 수가 없어서, 이제 이보다 나쁜 날은 없을 거야, 생각하며 혼자 기뻐했다고 했다. - 공지영, 2014.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