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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갑 라디오

[토요일 - 오늘 본 영화] 책임을 다한다는 것,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

by 김핸디 2016. 9. 24.



소장입니다.

토요일은 영화와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 '오늘 본 영화' 코너로 함께하고자 합니다. 




영화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은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새떼와 충돌하여 양쪽 엔질을 잃고, 허드슨강의 비상착륙하여 155명 탑승객이 전원 구조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요. 주인공은 기장이었던 설리 (톰 행크스 분). 그는 긴급한 순간에 자신만의 직감에 의지해 비행승객 전원을 무사히 구조해내는데 성공합니다.


영화는 기장을 중심으로 '구조' 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습니다. 그를 영웅으로 그리기는 커녕, 갑자기 영웅으로 추대받게 된 후 일상이 붕괴된 한 남자의 내면을 들여다보죠. 전원구조라는 비상착륙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을 해냈음에도 끊임없이 사고의 기억속에서 고통받고, 위원회의 심문으로부터 '내가 혹시 틀렸던 것은 아닐까' 라며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그의 불안한 심리에도 불구, 영화는 그의 판단이 옳았음을, 그리고 그가 현장속에서 끝까지 책임을 다했음을 관객에게 드러내보이죠. "당신이 해낸거에요" 라는 사람들의 치켜세움에도 그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한 것이죠. 부조종사, 승무원들, 승객들, 해양 구조대원들까지."


영화를 보고나니 세월호가 많이 생각나면서 '왜 우리에게는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없었나' 라는 자문을 자연스레 하게 되더군요. 책임을 저버린 선장, 사람보다 절차와 보고가 우선이었던 조직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애꿎게 희생된 사람들... 


그래서인지 영화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끝까지 비행기에 남아 승객을 모두 대피시키던 기장의 모습이었습니다. "거기 누구 없어요? 남아있는 사람 없어요?" 그는 그렇게 자신의 '책임'을 다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조보트에 오르죠.




 

거기까지도 뭉클한데, 더 좋았던 것은 구조 그 다음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승객의 숫자를 확인하고, 전원구조되었음을 확인하는 기장 설리의 모습은 우리의 비극적인 사고와 비견되며 더더욱 아픔을 불러일으키더군요. 마침내 승객 전원의 숫자를 확인한 기장. 그는 그제서야 희미하게 웃어보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책임을 다한다는 것' 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직업적으로, 사회적으로, 개인의 삶속에서, 공공의 이익과 윤리에 맞게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허드슨강의 기적은 영웅담을 만들기 좋아하는 언론들이 부추기고, 이슈화되었지만,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개인의 위대함보다는 '함께' 그 일을 이루어낸 '책임의식'을 말하고 싶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상착륙을 하고, 비행기가 물에 잠겨도, 끝까지 마지막 있을 한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한 사람. 그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 기적이라면, 우리는 지금 어떠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