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멘탈갑 라디오

[월요일 - 요즘 읽는 책] 나를 울린 한 문장, - 신형철 < 정확한 사랑의 실험 >

by 김핸디 2016. 9. 19.



녕하세요, 소장입니다. 멘탈갑 연구소 시즌3 (내 맘대로!) 멘탈갑 라디오를 시작합니다. 직장생활 3년 차. 예전처럼 잉여잉여한 시간들은 결코 제게 주어지지 않더군요. (흑흑) 멘탈갑 연구소를 이대로 버려두어야만 하는가... 라는 번민에 차올라 여러날을 고민하다가(?) 문득 새로운 컨셉으로 블로그를 이어가는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멘탈갑 연구소 시즌3! 

라디오 형식을 차용하여 돌아왔습니다. 

이름하야 멘탈갑 라.디.오 (짝짝) 


라디오의 형식처럼 매일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시간... 오늘은 저에게 가장 만만하고(?) 또 가장 애정하는 분야인 책 이야기로 첫 스타트를 끊어볼까 합니다.


멘탈갑 라디오 월요일 코너 <요즘 읽는 책>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 이라는 책입니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영화를 통해서 사랑, 욕망, 성장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에세이인데요. 이 책은 일단, 서문부터가 무척 강력합니다. 


'이 책에 실린 글 중 하나를 나는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썼다. 그녀를 정확히 사랑하는 일로 남은 생이 살아질 것이다'


책의 서문 마지막 문단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그녀를 정확히 사랑하는 일로 남은 생이 살아질 것이다. 책을 좀 읽어본 사람들은 알죠. 서문만 읽어도 책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저는 로맨티스트는 아니지만, 그녀를 '정확히' 사랑하는 일로 남은 생이 '살아질' 것이다, 와 같은 생경하면서도 힘있는 문장을 보자마자 '어머 이 책은 읽어야해!' 라며 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은 신형철의 글 한편한편이 굉장히 높으면서도 균일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너는 왜 이 책을 사랑하느냐' 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않고 이 책의 서사가 아니라 '한 문장' 때문이라고 말할거에요.




삶에 희망이 있다는 말은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 날이 헛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누구나 그럴때가 있잖아요. 삶이 어디에서부터 꼬인지 모르겠어서 다시 태어나는것 말고는 정답이 없는 것 같을때. 저도 그런때가 있었거든요. 왜 나는 좀 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한걸까, 왜 그때 거기서 포기했을까,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여러가지 삶의 문제로 얽힐때로 얽혀서 괴로움에 몸부림칠때 이 한문장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삶에 희망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지난날이 헛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뭐하며 산거지? 싶은 날들이 있을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그 척박한 토양에서도 '희망' 이라는 것을 키워내는 것일테죠. 나의 괴로움만큼 성장한 그 날들이, 그 사람을 만남으로 가질 수 있었던 추억들이, 나의 삶을 적어도 헛된것으로는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정확한 사랑의 실험. 책 제목이 좀 독특하죠. 신형철은 사랑이라는 것은 타인의 결핍을 내 안에서 발견하는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란 무엇일까요. 반복될 수록 '정확함' 에 가까워지는 것이 '실험' 이라면,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타인을 통해 내안의 결핍을 발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아닐런지요.


하루하루가 지나고 일년 이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이 조금은 내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더욱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할테니까요. 그리고 그 실험이 반복되는 만큼 우리의 삶은 보다 헛된 것과 거리가 생겨, 마침내 희망에 좀 더 다가서게 될 테니까요.


사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책은 수백페이지의 내용보다는 나를 찌르는 한 문장으로도 의미를 가지기도 하죠. 우리의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쩐지 오늘따라 더 소리내어 되뇌고 싶은 문장입니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오늘 하루가 헛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아직 희망은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