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주관 : 명동예술극장 , 국립극단
작가 : 하타사와 세이고 (畑澤聖悟) [1]
작품명 :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원제 : 親の顔が見たい)
이번 일요일, 명동극장에서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주최로 진행된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낭독공연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느끼는 분이 많으실거라 사료됩니다만, 일반적인 오디오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공연은 여타 연극과 비슷하게 무대 위에서 진행되고,
지문 해설자의 해설 아래 연극배우들의 낭독으로 공연이 구성되며, 필요에 따라 약간의 모션(연기)도 들어갑니다.
극의 내용은 예부터 현대 사회의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왕따(이지메)현상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한 가톨릭계의 사립여자중학교에서 이지메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여학생(이노우에 미치코)의 죽음으로 인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미치코는 자살하기 전 유서와 같은 편지를 각각 담임교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문보급소의 소장, 이지메의 순간마다 자신을 도와줬던 친구,
엄마에게 보내고 그들은 자살 사건이 일어난 오후에 그 편지를 받습니다. (미치코의 자살시간은 확실하게 언급되지 않으나 담임교사가 출근하기 전으로 추정됨.) 그리고 공통적으로 그 편지에는 5명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담임교사와 학년주임교사 교장은 자살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5명의 부모를 학교로 호출하고 서로의 부모는 문제를 덮기위해 유서를 불태우거나 먹어삼키는 등의 행위로 책임을 회피하다가 결국 체념하고 교실 문 밖을 나가면서 극은 종료됩니다.
극에서 이지메를 주동한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으나 그들 부모의 말투나 행동등을 통해 아이들이 어떠한 환경에 놓여져있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갔는지에 대한 사항을 유추할 수 있는 약간의 서스펜스적 요소도 가미되어 있습니다.
이 희곡의 원제인 '親の顔が見たい' (직역 : 부모의 얼굴이 보고싶다) 는 일본에서 문장 자체가 관용어구로 쓰인다고 합니다.
이는 상식에 어긋난 일을 했을 때,
예절을 차리지 못했을때에 하는 표현으로 가정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표현입니다.
도시락에 진흙을 넣거나, 체육복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의 괴롭힘으로 시작하여,
100엔, 200엔으로 시작한 금품갈취 액수가 커져감에 따라 미치코에게 원조교제까지 강행했던 5명의 친구들.
(이들에게 '친구'라는 호칭이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만.)
미치코의 괴로움을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신문보급소 소장이 유서를 읽고 분개하며
'이렇게 착한애를 괴롭히는 애들의 부모얼굴 한번 보고 싶었는데 오늘 소원을 이뤘다'고 소리치는 장면은 슬프지도 화가나지도 않았습니다.
부모들은 끝까지 어떻게 해서든 사건을 덮고 '우리 아이만은 그러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며,
이러한 사태까지 오게 한 담임교사의 책임, 학교의 책임, 이지메의 잘못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한 노부모의 책임을 묻기에 급급합니다.
마지막으로 유서를 받은 미치코의 엄마가 가해자 부모들과 만나 울면서 괴로움을 토로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죽은 사람은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들의 남은 가족들은 평생 괴로움과 싸워가며 살아야 하니까요.
최근 한국에서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등, 왕따 문제로 인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분명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보이지 않게 왕따는 존재하였고,
가해자가 드러나진 않지만 동급생끼리서의 강약관계랄까 종속관계는 분명 있었습니다.
작가도 공연 종료 후, 관객과의 대담에서 이지메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어느시대나 존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를 더욱 괴롭게 하는것은
그리고 이러한 왕따(이지메) 문제는 영원히 해결해야할 과제라고도 덧붙였고요.
앞으로는 이러한 왕따문제를 줄여야 한다고 막연하게 주장하기 보다,
심각한 문제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가정, 학교에서의 철저한 인성교육과 가해자 학생에 대한 엄중한 처벌기준이 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교는 공부를 배우는 곳이지만 그 전에 사람으로써 가져야 할 기본 인성과 사회성을 여러 경험을 통해 습득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낭독공연이라는 생소함을 뛰어넘고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2]
과감하게 극으로 가져와 철처한 사회고발을 한 이 공연에 응원과 존경의 박수를 보내며,
왕따의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끝끝내 먼저 세상을 떠난 어린 영혼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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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타사와 세이고 (畑澤聖悟)
1964년 아키타 현 출신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극단 '와타나베겐시로 상점(渡辺現四郎商店)' 대표
현재 아오모리 중앙고교 미술교사 및 연극반 담당 교사
배우활동을 거쳐, 2000년부터 극작가 및 연출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하타사와 세이고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일본 동북지방을 고집하여
'지방에 사는 한 사람의 시선으로 일본사회를 바라본다'는 관점으로 다채로운 연극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독자적인 유머와 깊이 있는 인간 통찰을 담은 작풍으로 폭넓은 세대로부터 호평 받고 있으며, 지방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한편
도쿄의 극단들과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제 5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 및 심포지엄 자료집, 2012
[2] 2006년 후쿠오카현에서 이지메를 당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자살했다. 이 사건에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가해학생들이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언론보도였다.
어떤 가해학생은 교실에서 이제 놀림거리가 없으니 심심하다 등의 말을 하는 반면,
장례식장에서 자살한 학생의 시체를 보고도 웃었다고 한다.
작가는 누가 뭐라해도 사람이 죽었다면 뭔가를 느끼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문제를 반드시 써야겠다고 생각하여
이 작품의 제목을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 정했고,
실제 교사직을 하고 있는 그이기에 극 중, 실제로 학부모들한테 들은 이야기들이 많이 인용되었다고 한다.
한일연극교류협의회, 현대 일본 희곡집 5, 2012
극단 오사카에서 제작한 프로모션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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