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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극복실/괜찮아 : 아포리즘84

공지영, 그런 이야기 제가 새벽 두 시쯤 원고를 탈고했는데, 안 자고 있기에 "엄마 원고 탈고했다. 술 마시자" 고 했죠. 술을 마시는데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엄마, 정말 엄마 딸이라서 너무 다행이야." 그래서 "뭐가" 그랬더니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다른 애들이 얼마나 지옥 속에서 사는지 이제 알았어." 그래서 "뭐가 지옥이냐?"고 했더니 다른 친구들한테는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계속 있다는 거예요. 내 딸 친구들은 얼마나 똑똑한지, 어떤 애가 하나 있는데 공부를 잘해서 교대를 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과목을 F를 받았대요. 그게 임용 때 굉장히 영향을 미치나 봐요. 그래서 온 집 안이 초상 분위기로 변했다는 거예요. 이 친구가 내 딸을 만나서 "내가 스무살인데, 난 이거 하나 실패할 수 없는 거니?" 하면서 .. 2013. 9. 14.
김연수, 인생은 무조건 오래살고 볼 일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었다. 어벙벙하게 생긴 6반 친구를 약간 올려다볼 때, 나는 이런 미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친구는 국민은행 김천지점쯤에서 주판알이나 튕기고 있으면 딱 좋을 것 같았고, 나 역시 캐주얼 옷가게를 차려서 제과점 말아먹은 막내아들 같은 게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많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니 우리는 이렇게 함께 책을 펴내는 공동 필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인생은 무조건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김연수, 中 2013. 9. 1.
타고르, 나를 격려하는 수많은 불빛 나의 수줍은 램프를 격려하려고 광대한 밤이 그 모든 별들을 켠다. - 타고르, 반딧불 中 소장입니다. 요즘은 잠자기 전에 책장에서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한 챕터씩 읽고 있습니다. 책이란 얼마나 좋은것이고, 또 소장하는 책이란 얼마나 더 좋은 것인지요! 저는 일단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마음에 드는 책을 뒤늦게 사는 편이라, 제 책장에는 언제 읽어도 좋은 책들이 그득그득 한 편입니다. 그래서 정말이지 말 그대로 '랜덤으로' 책을 하나 꼽아 들어도 그 글이 그렇게 심금을 울릴수가 없는 것이지요. 멘탈갑 연구소에서 벌써 2년 째지만, 아직도 제 자신은 그리 강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과 맞서싸우고, 좌절과 우울의 늪 언저리에서 넘어질까봐 전전긍긍 할 때도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 6. 25.
소설, <남쪽으로 튀어> 中 요코, 그런 얼굴 하지 마라. 아버지와 엄마는 인간으로서 잘못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다, 속이지 않는다, 질투하지 않는다, 허세부리지 않는다, 악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나름대로 지키며 살아왔어. 단 한 가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것 뿐이잖니? - 그게 가장 큰 문제 아냐? 아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작고 작아. 이 사회는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 않고 사람을 구원해주지도 않아. 정의도 아니고 기준도 아니야. 사회란 건 싸우지 않는 사람들을 위안해 줄 뿐이야. 오쿠다 히데오, 남쪽으로 튀어 中 2013.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