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생애 처음으로 느꼈던 인생의 한계, 상모돌리기
@인사동에서 만난 농악공연 인생의 벽. 내가 상모를 처음 접하고 느낀 기분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농악반에 들어가서 소고를 배웠다. 꽹과리나 장구와 달리, 소고는 쉬워보였고 실제로도 (상대적으로) 무척 쉬웠다. 그러나 이 모든것이 상모를 돌리기 전까지의 일이었다. 여름날이었던가. 어느 날 옥상에 집합해서 상모 돌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 놔! 보기에는 그닥 어려워보이지 않았는데, 머리를 아무리 휘저어도 상모꼬리는 돌아가지 않았다. 상모는 머리로 돌리는게 아니라 무릎굽힘의 반동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상모를 돌리기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 무릎반동을 위한 연습을 해야했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시간이 지나자 친구들은 제법 상모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
2013. 3. 17.
#2. 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읽을때마다 감동을 주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그 어려운 길을 걷는 소설이 있으니, 바로 이효석의 이다. 대개 유명한 소설들은 그 첫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가령,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서로 다르게 불행하다' 라는 의 첫 문장이나 '재산깨나 있는 독신남은 아내가 꼭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인 진리이다' 라던 의 첫 문장이 그렇다. 하지만 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지막 문장이 먼저 떠오른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이 문장에는 음절 마다 허생원과, 동이와, 성서방네 처녀의 삶이 들어가 있다. 장터의 분위기, 달밤의 고요함, 허생원의 복잡미묘한 심정 역시 상상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달이 어지간히..
2013.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