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만난 농악공연
인생의 벽. 내가 상모를 처음 접하고 느낀 기분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농악반에 들어가서 소고를 배웠다. 꽹과리나 장구와 달리, 소고는 쉬워보였고 실제로도 (상대적으로) 무척 쉬웠다. 그러나 이 모든것이 상모를 돌리기 전까지의 일이었다. 여름날이었던가. 어느 날 옥상에 집합해서 상모 돌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 놔!
보기에는 그닥 어려워보이지 않았는데, 머리를 아무리 휘저어도 상모꼬리는 돌아가지 않았다. 상모는 머리로 돌리는게 아니라 무릎굽힘의 반동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상모를 돌리기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 무릎반동을 위한 연습을 해야했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시간이 지나자 친구들은 제법 상모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노력해도, 8자 돌리기가 되지 않았다. 매일매일 검사를 맡았는데 그 순간이 나에게는 지옥이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울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까짓거하나 마음대로 할 수없다니... 친구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하다니... 부끄럽고 괴로웠고,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양적으로 쌓이면 어느 순간 질적으로 변화되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가 아니던가. 어느 순간, 정말 기적적으로 8자 돌리기를 완성했다. 으억. 나 성공했어!!!!!!!!!!! 그렇게 처음으로 벽에 부딪쳐 난생 처음 한계라고 느꼈던 것을 넘었다.
본격적으로 농악반 수업을 했던 초등학교 6학년. 난 다시 단소연주와 대금연주라는 벽에 부딪쳤다. 머리가 띵해질정도로 매일같이 단소를 불었고, 이번에도 진도가 느려 야단을 많이 맞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어느새 나는 단소를 불고 대금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 때 내가 배웠던건 단순히 농악이었을까. 상모돌리기, 단소연주, 대금연주. 안 될 것같은 일들을 결국 해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한계를 넘어서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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