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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탐사실/2013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

#4. 세상의 모든 지식, 동네 도서관

by 김핸디 2013. 3. 30.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하버드 졸업장이 아니라 동네 도서관이었다. 빌 게이츠의 말이다. 물론 나는 빌 게이츠가 아니고, 하버드 졸업장은 더더욱 없지만, 누군가 내게 '너를 만든것은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분명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를 만든 것은 단연코 8할이 도서관이다!


고등학교 때 처음 지역에 있는 도서관에 가 봤다. 사실, 고백하자면 고 2때까지 나에게 도서관이란 곧 시험공부 하는 장소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고 2때, 시험공부 하다가 지겨워서 읽었던 한 두권의 책이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소설을 읽었고, 사회서를 읽었으며, 인문학 서적을 알음알음 맛 보기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동네 도서관보다 훨씬 더 크고 좋은 시설의 도서관을 만났지만, 여전히 나의 지적인 놀이터는 동네 도서관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선 전공과 관련된 도서만 봤고 '진짜로 읽고 싶은 책들' 은 동네 도서관에서 빈둥거리며 접했다. DVD도 한 편 보고, 컴퓨터실에서 웹 서핑도 하다가, 문학/사회/인문 서가를 서성이는 게 나의 모습이었다.


아직도 일주일이면 두 세번은 도서관에 들리고, 족히 두 세시간은 머물러서 보낸다. 도서관이 좋은 이유는 지식의 융합이 무척 수월하다는 점. 심리학 도서를 읽다가 정치학 도서를 읽고, 정치학 도서를 읽다가 역사학 도서를 읽는 '퓨전' 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가를 자유롭게 오가며 책을 뽑아 올리고, 그걸 모두 쌓아놓고 읽는것이 도서관에서 누릴 수 있는 크나큰 즐거움이다.


도서관에서 좋은 스승도 많이 만났다. 2005년부터 수년간 함께 해왔던 '성인독서회'의 최 교수님에서부터, 2010년 내 봄과 여름을 무척이나 행복하게 해줬던 '연극강의' 의  박 교수님에 이르기까지! 그 분들에게 배울 수 있었던 시간들은, 지적으로나, 삶 적으로나 아름답고 풍요롭고 또 따뜻했던 기억이었다.


도서관. 아직도 이 세 글자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다. 자유시간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공간. 삶의 모든 문제가 있을 때마다 틀어박혔던 공간. 꼭 빌리고 싶은 책을 오랜 기다림끝에 대여하고 춤추듯 나오던 공간. 도서관이 있어 내 삶은 바뀌었다. '천국이 있다면 그 모습은 도서관 같을 것' 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에 동의한다. 나에게 도서관은, 추억과 배움과 기쁨이 공존하는, 하나의 거대한 지상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