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처음으로 장기자랑에 나갔다. 곡목은 영턱스클럽의 <정>. 그 이후로 장기자랑에 거의 빠진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는 디바의 <그래>, 중학교 1학년때 0-24의 <자유>, 고등학교 1학년때 DJ.DOC의 <Run to You>, 고등학교 2학년때는 다시 디바의 <딱이야>.
때로는 동네 공원에서, 때로는 방과 후 교실에서, 언제 한 번은 (무려 친구 어머님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태권도장을 빌려서... 나는 춤을 추곤 했었다. 물론 잘 추는건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어쩌다보니 꼭 거기에 끼어 있었다. 게다가 주로 메인자리를 맡곤 했다. 그건 춤을 잘 춰서가 아니라, 안무를 외울 자신이 없어서였다. 메인에 서면, 괜히 청중쪽으로 뛰쳐나가 분위기를 주도한답시고 춤을 추지 않아도 됐다.
누군가가 내게 환호하고 주목한다는 것. 10대 청소년이 가질 수 있는 경험중에 그것만큼 짜릿한 일은 없었다. 지금도 그 때 연습했던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춤이 튀어나온다. 함께 연습하고 땀 흘리고, 열광을 즐기던 무대위의 그 순간이 가끔 그립다. 그 때가 있어, 나는 조금 더 활동적이고 조금 더 뻔뻔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10대의 내가, 신나게 몸을 움직이고 즐거워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다.
'행복탐사실 > 2013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7. 영혼을 흔드는 소울뮤직, Danny Boy (0) | 2013.06.23 |
---|---|
#6.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소설, <남쪽으로 튀어> (0) | 2013.06.05 |
#4. 세상의 모든 지식, 동네 도서관 (2) | 2013.03.30 |
#3. 생애 처음으로 느꼈던 인생의 한계, 상모돌리기 (2) | 2013.03.17 |
#2. 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소설, <메밀꽃 필 무렵> (0) | 2013.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