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다. 박찬욱은 히치콕의 <현기증>을 보고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조원희는 <백투더 퓨쳐> 였다고 한다. 나도, 학창시절 내내 장래희망에 '영화감독' 이라고 썼던 나도, 그런 영화가 있었다. 내게는 그 영화가 임창정, 고소영 주연의 한국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이었다.
대한극장 이었을거다. 아마도. 서울극장이었나. 여튼, 시사회였던 덕에 서울에서 굉장히 큰 스크린으로 만난 첫번째 영화였다. 동네 상영관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어마어마하게 큰 스크린에서 영화의 주제곡인 early in the morning이 흘러나오는 엔딩의 순간, 나는 다짐했다. 영화를 만들어보겠노라고. 10대 소녀가 겪을 수 있는 평생의 가장 큰 감동과 환희, 그리고 희열을 나는 그 때 극장에서 느꼈다.
아직도 영화를 떠올리면 나의 첫 느낌은 그 극장에서 느꼈던 황홀감이다. 처음봤던 영화도 아니었고,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도 아니었지만, 어쩐지... 그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그렇게 나의 첫 '장래희망' 은 영화감독이었다.
'행복탐사실 > 2013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환희와 환호의 추억, 장기자랑 (0) | 2013.04.10 |
---|---|
#4. 세상의 모든 지식, 동네 도서관 (2) | 2013.03.30 |
#3. 생애 처음으로 느꼈던 인생의 한계, 상모돌리기 (2) | 2013.03.17 |
#2. 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소설, <메밀꽃 필 무렵> (0) | 2013.03.11 |
내 인생을 바꾼 100가지 (0) | 2013.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