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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목표를 달성하는 법 (부제 : 6월 정산)

by 김핸디 2013. 7. 1.


(스크롤 압박 주의)


소장입니다.


7월이네요. 2013 년의 절반이 벌써 흘러갔습니다. 어제가 6월의 마지막날이었는데, 저는 제가 목표로 삼았던 '미니다큐제작' 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4분 55초 짜리 영상을 만들어내고, 그 완성본을 보는데... '아, 정말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_^ 한번도 이런거 해본적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완성할 수 있었지? 뒤돌아보니 지난 한 달은, 정말이지 스펙타클하게, 정신없이 흘러왔던 것 같습니다.


발단 욕구의 시작.


제가 처음 영상제작을 해봐야겠다, 라고 마음 먹은건 이 한장의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어? 이런게 있었네. 


처음에는 이런 생각뿐이었죠. 근데 이걸 그냥 한 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핸드폰에 이 사진을 저장하고, '해야지...' 하고 다짐했던 게 발단이었습니다. 그 때가 5월 초쯤. 6월 마지막날까지 기한이 있으니 여유롭게 생각하고 있었지요. 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드니까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하더군요.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먼저 구상했던 것은 [행복의 신화] 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대니얼 길버트의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를 토대로 '좋은건가요, 좋아보이는 건가요'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요. 예를 들면, 모두가 좋은 대학, 좋은 차, 좋은 직장등을 선망하는데 그 '좋은' 의 기준이 과연 어떤것이냐. '남들이 좋다고 하기 때문에 좋은것' 이냐, 아니면 '정말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 이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행복의 신화] 라는 주제는 제가 그동안 연구해오던 여러 주제중에서 행복에 대해 떠올리면 가장 먼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어요. 나도 회사 다녀봤지만, 거기 있는 사람들 별로 안 행복해 보이던데... 나도 좋지 않던데... 왜 그 길로만 가려고 하는걸까? 좋아서 가는걸까, 좋아 '보여서' 가는걸까... 인생에서 남들은 다 탐탁치 않아 하는데, 나는 정말 좋다고 느꼈던게 뭐가 있었을까. 그런 이야기들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B.U.T 이야기를 구성할라치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다큐멘터리도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거, 영상과 오디오를 따로 구성해서 기획노트를 써야 한다는 거, 무작정 사서 본 <다큐멘터리 제작론>이라는 책에서 저는 용기보다는 '아 역시 이런 거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이런거 하려면 준비해야 할 거 되게 많구나' 라는 좌절감을 맛볼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전개 주제선정 및 들이대기


고민 끝에, 주제를 바꿨습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를 하자라고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지요. '하고싶은 이야기' 가 저멀리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구상이라면, 손 안에 있는, 이미 익숙한 '할 수 있는 이야기' 또한 분명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것은 바로, 제가 1년간 창업센터에서 느낀 바,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일단 무작정 용산까지 발품을 팔아 가며 캠코더를 지르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어느새 6월! 6월 초, 그러니까 발단에서 전개까지... 머릿속으로만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무려 1개월 이나 걸렸던 것이지요. 핑계를 대자면 5월에는 글을 쓰는데 집중해서 영상제작에 뛰어들 여력이 없기도 했습니다. 여튼, 그렇게 시작을 했습니다. 사실 촬영을 하는내내 어색했어요. 거절도 많이 당했죠. 그래도 그냥 재밌었습니다. 사람 만나는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인터뷰 좀 하자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참 좋더라고요.



위기 편집은 누가 할건데?


촬영까지는 그래요, 섭외가 어려워서 그렇지 수월한 편에 속했습니다. 사실 그냥 들고 있으면 되는거잖아요. 녹화버튼 누르고. 그런데 문제는 편집이더군요. '아, 맞다. 나 영상편집 못하지?' 6월 중하순, 신나게 딴 인터뷰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촬영은 했다고 쳐. 편집은 누가 할건데?' 


오. 마이. 갇.


사실 처음에는 친구한테 부탁을 하려고 했습니다. 주변에 기기를 다룰 줄 아는 친구들이 좀 있었고, 밥 한끼 사주면서 구슬려 볼 요량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영상 편집이라는게 아예 그 사람한테 맡기면 또 모를까, 내가 원하는대로 부탁을 한다고 그대로 나오는게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영화반에 있었기 때문에 그 지리한 편집과정, 옆에서 지켜보다 자리를 뜨고 '알아서 해주세요' 하며 편집실을 나왔던 경험이, 저에게는 몇 번 있었죠. 하루만에 할 수있는 것은 아니고, 몇 시간만에 뚝딱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친구에게 부탁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그래, 내가 배워서 하자!'


근데 언제 배우고,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벌써 6월 중순이 넘었는데 ㅠㅠ



절정 3일 단기 특강을 듣다


세상 일이라는 게, 참 재미있는 것 같더군요. 영상편집을 배워야지! 하니까 동쪽에서 귀인이 나타나듯... 트위터에서 영상편집 특강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거야! 했지요. '신청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는데, [마감되었습니다] 라는 공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오. 마이. 갇!

이건 또 왠 황당한 시츄에이션?


알고보니 그 특강은 모집인원이 극소수! 마감이 빨리 되는게 당연할 정도의 인원이더군요. 그래서 '아, 이 도전은 여기서 끝나는 걸까...' 하고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헠.헠.헠! '한명의 결원이 생겨서 추가 한명을 더 받는다' 라는 글이 뙇!!! 하고 뜨더군요. 어머, 이건 내가 해야해! 그길로 득달같이 전화로 신청을 하고, 수강료를 입금하고, 빛의 속도로 모든 것을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영상편집 교육! 이 때가 26일 부터 28일까지였지요. 영상제출 마감일은 30일... 그리하여 엄청난 똥줄이 타기 시작했습니다.



평일 저녁 3시간. 교육 시작 시간은 7시. 하여, 알바가 끝나자마자 밥도 먹지 못하고 매번 그곳으로 달려가야만 했습니다. 밥도 못먹고, 사이다 하나로 당을 보충하면서, 3시간 교육. 그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대학생도 아니건만... 대학생때처럼 3시간 연강을 들으려니 몸이 장난 아니게 피곤하더군요. 그러다보니 '내가 왜 여기, 이러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려면 진작에 했어야 했는데...ㅠㅠ ) 그래도 오직! 배운것을 써먹는다. 이걸 배워야 내가 해보고 싶은것을 한다,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배웠습니다. 


집에 오면 12시 가까운 시각. 그래도 어디 바로 잘 수 있나요. 까먹으면 어떡해... 그래서 또 새벽 3시까지 배운것을 마구 써먹어서 영상편집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되더군요. 하니까, 정말 되더군요. 음악 넣고, 자막 넣고, 글자 회전시켜서 효과주고, 소리 줄였다가 높였다가, 정지 시켜서 확대도 해보고, 화면 분할해서 러브액츄얼리 흉내도 좀 내고. 움홧홧홧! 새벽 시간에 저는 저 의기양양한 웃음소리를 문밖으로 뿜어내곤 했습니다. 나는 가위손이다. 이 손으로 못하는게 없도다!





영상으로 만들어 본 '나름의' 러브액츄얼리 (화면분할) 효과



결말 인코딩 에러, 그래도 해피엔딩!


어제였습니다. 마감일이. 그런데 저는 어제 오후 5시까지도 완성본을 못 만들어내고 있었죠. 3시쯤에 편집을 다 끝내고, 편집기에 돌리긴 했는데, 추출이 안되더군요. 시험판이라서 그런가? ㅠㅠ 이씨... 할 수 없다, 그럼 캡쳐를 떠야지. 그래서 영상 캡쳐를 뜨는데, 이건 뭐 ㅋㅋㅋ 제 컴퓨터에는 스테레오 믹스인가 뭔가가 없어서 소리가 엄청 이상하게 들리더군요. 헐... 헐.. 헐!!!


혼자 머리를 쥐어뜯고... 난 무슨 삽질을 한 것인가. 영상추출도 안되고, 녹화도 뜰수없다면... 마음이 급해서 시험판으로 쓰는 프로그램의 정식판 결제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외국 회사라서 그런지 visa카드만 받더군요. 그러나 제게 있는것은 알량한 체크카드 달랑 한장뿐... 카드 어디를 봐도 visa라는 말은 써져있지 않은 그런 국내용 카드... 


와. 이거 어떡하나, 이제. 추출도 안돼, 캡쳐도 안돼, 결제도 안돼. 이렇게 제출도 못하고 끝나는 건가. 나의 6월은 그냥 그렇게 마무리되는건가? 그렇게 멍하니 책상에 앉아있는데... 눈에 쓰지않던 다른 컴퓨터 한대가 들어오더군요. 그래, 마지막으로 여기로 옮겨서 해보자. 얘는 뭐, 스테레오 믹스인가 그런게 있겠지. 그렇게 USB를 통해서 작업했던 모든 영상과 오디오, 사진을 옮겨왔습니다. 용량이 커서 그런지 시간도 엄청 많이 걸리고...


그리하여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하여, 다른 컴퓨터에서 실행을 해봤는데... 엉엉엉엉. 이 컴퓨터는 캡쳐는 둘째치고, 바로 영상추출이 가능한게 아니겠습니까! 진작에 이 컴퓨터로 할 것을... 그런데 영상추출 버튼을 눌렀는데도 도통 진행되지가 않더군요. 아놔, 이게 뭥미. 나한테 이러지마. 정말 컴퓨터한테 매달리면서 무릎을 꿇고 모니터를 바라보았습니다. 제 평생 그토록 간절한 눈빛은 또 없었을거에요. 그런데... 아무리 눌러도 0%에서 더이상 진행이 안 되더군요.


머리속엔 온통 ??? 만 떠다니고, 표정은 ㅡㅅㅡ 에서 ㅡㅅㅜ 를 거쳐 ㅜㅅㅜ 로 변해가고... 그렇게 똥줄이 타고 또 탔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방법없는 일은 없더군요. 영상 추출 세팅을 막 이것저것 만지다가 어느새! 어느새 그냥 뙇! 나도 모르게... 영상 추출이 진행되고, 완료되었습니다.


그래서요?


바로 제출했죠, 뭐. 하! 하! 하!


감격의 눈물과, 기쁨의 환희와, 성취감의 뿌듯함이 온몸을 휩싸기도 했습니다. 으헝헝헝. 했다, 해냈다! 


솔직히... 열심히 편집할 때는 '이걸 내가 하다니... 천재아냐? 완전 짱인데!' 라는 자뻑에 휩싸였던게 사실입니다.하지만 지금 정신차리고 보니... 그냥 초보의 허접한 작품이군요 ㅋㅋㅋ 그래도, 저에게 2013년의 6월은 ... 이 도전이 있었기에, 이 노력이 있었기에, 오래 기억에 남고 뿌듯한 한달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근거있는 자신감' 이 생겼다고나 할까 ^_^ 목표를 달성하는 것, 그것은 여러방법이 있겠지만 하고 또 해보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7월, 2013년의 절반이 남아있네요. 여러분은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제 경험상 저지르고 부딪치면, 재밌는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습니다. 남은 6개월, 2013년에 또 어떤 흔적들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많은기대가 됩니다. 인생은 참... 재미있지 않나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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