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입니다.
5월의 시작을 심적인 괴로움과 함께 보냈습니다. 키우던 강아지가 많이 아픕니다. 친척집에 2주일간 가 있었는데 집에 돌아오던 날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프더군요. 10년 가까이 키웠지만 그런 모습은 처음이라... 보자마자 강아지를 부여잡고 눈물만 뚝뚝 흘려야 했습니다. 실은 제가 고등학생 때 처음 키우던 강아지가 일주일만에 죽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 때 얼마나 충격을 먹었는지... 학교에 가서 오전 내내 울어야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트라우마 때문일까요. 병원에서 간이 안 좋아 얼마 못산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날부터 한숨이 마를날이 없더군요. 집에 올때면 '그 사이에 죽었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고, 정작 집에 있으면 '나랑만 있을 때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하면서 공포심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가 생각하는 건 하나였습니다. 안아주고 예뻐해주자. 사랑하면, 식물이든 동물이든, 살릴 수 있다.
원래 강아지를 많이 예뻐하는 편은 아닌데, 그 이후로 '사랑한다' 라고 입밖에 소리내면서 한시간씩 삼십분씩 그렇게 매일 쓰다듬어 주고 있습니다. 근 일주일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누워있기만 했는데... 그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고기도 받아먹고 이제는 기운을 되찾고 있어요.
사랑을 준다는건... 결국 상실의 아픔을 동반해야 한다는 것을, 요즘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반려견을 대상으로 가사를 쓴 듯한,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노래를 들으면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 '너의 시간은 나의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지만' ... 요즘 이 노래를 들때마다 얼마나 이 가사에 마음이 쿵하니 내려앉는지... 그러나, 덕분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강아지의 수명은, 사람의 수명보다 훨씬 더 짧은것이 사실이니까요.
울적한 기분을 견딜 수 없어 밖으로만 괜시리 내돌았던 이번 주이지만... 오늘은 일찍 집에와 강아지를 안고, 먹이도 주고, 또 다시 쓰다듬어 주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 마지막 순간까지, 부디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는데.... 사람은 왜 꼭 무언가를 잃을 상황에 처해야만 그 소중함을 뒤늦게 알아채는 걸까요. 5월이 제 반려견에게 따뜻한 계절이 되었으면, 그랬으면... 정말로 좋겠습니다.
너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지만
- 가을방학, 언젠가 너로 인해 中
'소장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예!!! (8) | 2013.05.28 |
---|---|
살아있길 잘했어 (4) | 2013.05.25 |
(하루 늦은) 4월 정산 (0) | 2013.05.01 |
멘탈갑 노회찬 ㅜㅜ (2) | 2013.04.25 |
씨 뿌리는 삶 (0) | 2013.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