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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갑 리포트] ⑭-3 '나는 나의 노력을 쓰다듬어준다' 건축가, 김진애

by 김핸디 2013. 4. 10.







#김진애의 '성장' 



사람들은 왜 게임을 좋아할까. PC방에서 십 수시간을 진치고 있을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낯선 이에게도 하트를 구걸했던 애니팡 열풍의 근원은 무엇일까.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다. 게임에는 기막힌 레벨체계가 있다는 것. 그 레벨은 정말이지 오묘하기가 이를 데 없다. 쉽게 이룰 수 있을 것 같으나 결코 손에 잡히지는 않는. 그 레벨 때문에 사람들은 게임에 목을 맨다. 아까워 죽겠다!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게임의 노예다. 매번 성공을 목전에 두고 실패를 하니 다시 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번만, 한번만, 늘 가까이에서 잡혔다가, 잡힐 것이었다가, GAME OVER 된다.


 

뚜렷한 목적, 즉각적인 피드백, 약간은 도전적인 과제. 이것이 <몰입Flow>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제공한 몰입의 조건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게임의 속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레벨을 향한 집념, 즉각적인 점수 및 아이템의 획득, 각종 퀘스트 해결. 이 세 가지가 삼위를 이루어 게임에 몰두하고, 시간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도전적인 과제에 빠져드는 걸까. 그것은 스스로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언제 가장 행복했는가. 여러 답이 나올 수 있었겠지만, 아마도 본질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때였을 것이다. 입학이나 취업을 통해 새로운 소속이 생겼을 때,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 또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때, 무언가를 완성했을 때. 우리는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 ?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작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기쁘기 때문이다.


 

게임을 할 때 빠져드는 재미, 행복할 때 느끼는 기분을 떠올려보면 교집합이 하나 생겨난다. 바로 성장이다. 게임을 좋아하며 빠져드는 이유도, 인생에서 행복을 느끼는 근원도, 따지고보면 모두 성장하는데서 얻는 기쁨에서 온다. 안 그런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없는 게임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내가 이전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느끼면서 행복해 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성장은 중요하다. 인생의 재미와 행복을 모두 보장하기 때문이다.




약점과 단점은 기꺼이 인정한다.


 

건축가 김진애, 그녀 역시 유독 성장을 중시하고 그것을 인생의 가치로 두고 살아온 사람이다. 오죽했으면 자라기 3종 세트라는 책을 내기도 했을까. 그녀는 <매일매일 자라기>, <프로로 자라기>, <사람으로 자라기>라는 3권의 책을 통해서 평생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을, 그리하여 삶의 행복을 추구할 것을 강조했다.


 

그녀가 말하는 성장이란 무엇일까. 우선, 능력과 한계를 깨닫는 일이다. 의외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정확히 그 반대편에서 그녀는 시작한다. 흔히 자라고, 배울 때,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그 일을 조금만 시도해보면 안다. 일정한 수준에 오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내가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그렇기에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무조건적 낙관주의는 일찍이 버리는 것이 좋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라는 말에는 아무것이라도 상관없다, 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모함과 모호함은 성장을 방해한다.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을 공략해야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성장이란 있을수 없다.

 


김진애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무척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작했다. 그래서 성장할 수 있었다. 한계를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했다. 대신 그곳에서 주저앉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고, 자신만의 목표를 정해서 나아갔다. 여자로서 일하기에는 녹록치 않은 건설현장, 그러나 그 현실에 대해서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적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1때 내린 결론이다. 나는 그래서 다시 태어나도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성숙해진다는 건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고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고 과감히 포기하는 것. 이러한 생각은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분야의 전문가, 이른바 유명인사가 된 사람들은 대개 그 직업의 장점만을 이야기한다. 얼마나 창조적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 얼마나 재미있는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등등. 그러나 김진애는 달랐다. 그녀는 건축가란 직업의 단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업자취급을 받고, 생각보다 벌이도 시원찮고, 부정부패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등등.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집단에 대해 정확하게 바라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그녀는 비전이나 장점이 아니라, 아쉽고 부족한 점을 정확히 인지했다. 그 덕분에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때문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애는 건축가가 가진 단점에도 불구하고건축이란 분야를 택했고 그 안에서 발전했다. 다음과 같은 현실에 대한 인정과 스스로의 의미부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건축인은 업자취급을 당하면서 별로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다. 그러나 남이 어떻게 취급하던 자기 존중이 더 중요하다. 둘째, 들이는 공부 시간에 비해서 경제적 보상이 낮다. 그러나 돈을 쉽게 버는 직업이 아님을 기꺼이 인정해야 한다. 셋째, 부정부패, 부실, 부조리 문제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상황을 낫게 만드는데 자신의 역할이 있다. 물론 힘들다. 그러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분명 달콤한 순간이 있다.


 

 4편에 이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