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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알아갈수록 재미있는 심리학,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by 김핸디 2012. 1. 8.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 10점
대니얼 길버트 지음, 서은국 외 옮김/김영사


심리학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온지 일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심리학은 갈수록 더 재미있습니다. 거만한 소리겠지만, 비슷비슷한 내용의 심리학책을 연달아 보자 대충 '심리학 감 잡았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심리학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때의 설레이는 마음이 다시 듭니다. 하버드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길버트가 들려주는 사람의 예측, 그리고 그 예측의 결과는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책의 내용을 리뷰하기 보다는, 책 표지 뒷면에 있는 흥미로운 질문에 답해볼까 합니다. 처음 책을 읽기전에 표지의 질문들을 보고 '어? 이거 뭔데?' 하면서 스스로 책 읽기를 재촉하곤 했거든요. 답이 궁금해서요. 책을 읽고나니, 이제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답을 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그럼, 하나하나 시작해 보도록 하죠.

Q1. 자신을 짝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왜 더 큰 행복감을 줄까?

소장이 중학교 3학년때 일입니다. 그때, 함께 영화감독을 꿈꾸던 친했던 남자애가 한 명 있었습니다. 어느날 그 애가 문득 저에게 이러더군요. 내 친구들중에 널 좋아하는 애가 있어, 라고요. 그게 누군데?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저는 그 아이를 추궁했지만, 결국 누구인지 밝혀내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어찌나 아쉽던지. 하지만 이 책을 읽노라니, 그 때 누군지 분명히 밝혀내지 못해서 오히려 제가 지금도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이따금씩 미소짓는게 아닐까 싶어지더군요. 

자, 그럼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누군가 나를 짝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게 좋을까요, 누구인지 모르는게 좋을까요. 정답은 후자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지요. 첫째, 설명되지 않은 사건(누군지 모르는 일)은 설명된 일(누군지 아는 일)보다 특별하게 여겨집니다. 마술이 특별한 이유는,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 이거지요. 그래서 어떤일은 모호함으로 많이 둘러있을수록 더욱 특별하고 예외적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둘째, 설명되지 않은 사건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흔히들 여운이 긴 영화를 한 두번씩은 보셨을 겁니다. 그 영화들의 특징은 결말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죠. 사람은 빈 기억을 채워넣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기에, 감독이 남겨둔 여지를 메꾸느라 더욱 더 골똘하게 그 영화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영화는 매우 깊은 여운과 인상을 남기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누가 나를 짝사랑하는지 모를때, 그 사람에 대한 인상과 기억이 더욱 또렷해지고 생각의 여지만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재밌지요? 재밌지 않습니까?

Q2. 연인이나 배우자가 설거지 거리를 잔뜩 쌓아두는 것보다 외도한 것을 더 빨리 용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 그럼 이제 두번째 질문으로 가보겠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더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거. 그래서 어떠한 외부충격이 와 닿았을때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는 굉장히 활발하게 작동하여 그 충격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는 거. 하지만, 사소한 문제거리들은 심리적 면역체계가 그리 활발하게 작용하지 않는 다는 거. 이를테면,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구멍난 양말, 부러진 연필등은 방어체계를 작동시키지 않습니다. 방어모드로 적극 바뀌는것은 결혼실패나 실직같은 거대한 사건들을 겪을 때이죠.

그래서 아이러니컬 하게도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활발한 방어로 인해 행복을 지켜낼 수 있지만, 자잘한 사건들을 겪은 사람은 행복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자 그러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설거지 거리를 쌓아두는것은 분명 작은 사건이죠. 그리고, 외도는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면역체계는 외도와 같은 강도높은 충격을 겪었을때는 재빨리 그리고 활발하게 면역체계를 작동시키는 반면(그래, 누구나 실수는 한번쯤 하는거니까... 라든가, 외도 상대자가 나쁜 년놈이지 우리 남편 부인이 무슨 죄가 있겠어... 하는것들), 설거지를 쌓아놓는 사소한 사건에는 면역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있는 그대로 짜증을 부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재밌지요? 재밌지 않습니까? 
 
이외에도 책 후면에는 Q) 동료와 함께 식사할 때 사람들은 왜 자신이 정말로 먹고 싶었던 메뉴 대신 상대방과 다른 메뉴를 선택할까? Q) 쇼핑하는 사람들이 환불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환불받는 경우보다 자신의 구매에 대해 덜 불만스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와 같은 질문들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흥미롭지요. 흥미롭지 않습니까? 흥미롭게 여겨지시는 분들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모든 질문. 심리학에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있습니다. 마음은 복잡하고, 그것을 대상으로 하는 질문도 복잡할테니, 제가 앞으로 심리학 공부를 하게 될 길 역시 길고 또 길겠네요. 여튼, 정말이지 심리학 공부가 재밌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앞으로 2년, 작정한 시간동안 더욱 열심히 심리학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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