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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갑 리포트] ⑬-2 '노력은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는 법이다' 야구감독, 김성근

by 김핸디 2013. 3. 15.



1편에 이어 계속...


승리는 끝이 아니다. 가는 도중일 뿐이다.


김성근은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완벽한 야구를 추구한다. 그는 말한다. ‘세상에 퍼펙트는 없다. 하나만 있어도 최고다. 그 하나로 가장 빛나면 된다.’ 그에게는 그 하나가 두 말할 것도 없이 야구다. 그래서 김성근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는다. 늘 성장을 추구하고 발전을 염두 해 둔다.


야구감독으로서 수 십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을 때, 그가 기뻐하기 보다는 담담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성근의 반응은 일견 시큰둥했다. ‘내가 옳았구나’ 그는 흥분이나 환희보다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사실, 이러한 태도는 범인들은 쉬이 상상할 수 없는 반응이다. 그러나 그는 환희에 젖어 자만하게 될 것을 경계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만족과 여유다. 자기 속에 빠져서 만족하는 사람에게 내일은 없다.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패배자와 다름없다. 끊임없이 더 높은 목표를 만들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연습하는 것, 그것이 진짜 승리자의 자세다.


사실, 여유 속에 있을 때는 위대한 무언가가 탄생하지 않는다. 사람은 벼랑 끝에 있을 때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게 된다. 영화 역사 상 최고의 걸작이라고 손꼽히는 <대부>도 벼랑 끝에서 만든 영화였다. 이 영화의 감독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빚으로 인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였다. 제작사에서는 언제든지 그를 해고할 가능성을 내비쳤고 아예 예비 감독을 배치해 두기도 했다. 2아웃의 상황. 그 절박함의 상황에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대부>라는 걸출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한국의 영화감독 임순례도 자신에게 찾아왔었던 2아웃의 순간을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두 번의 흥행실패.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하면 3진이다, 라는 마음가짐이 들었던 그 순간. 그는 그 벼랑 끝에서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이란 영화를 만들어냈다. 400만 흥행으로 마침내 역전의 드라마를 쓴 것이다.


그것을 알기 때문일까. 김성근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긴장 속으로 밀어 넣는다. 어떤 이는 이러한 그를 가리켜 ‘절벽에 서있는 남자’ 라고 표현한다. 그가 언제나 절벽에 서있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삶은 도전과 응전 그 자체였다. 김성근은 야구계에서 오랫동안 약팀을 강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약체였던 태평양 돌핀스를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켰고, 하위권이었던 SK를 최강팀으로 만들어냈다. SK는 사실 걸죽한 스타가 없는 팀이었다. 올스타전을 하면 1, 2명 뽑히는 팀이었다. 그러나 김성근은 ‘우승’ 이라는 목표를 정했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그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그의 쉬지 않는 노력과 절실한 연구에 있었다.


특히, SK에서의 성과는 정말이지 주목할만 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SK의 첫 우승 이후의 성적이 우승, 준우승, 우승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김성근이 승리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흔히 말하듯 정상에 오르기는 힘들지만, 그것을 지키기란 얼마나 더 힘든 일인가. 그러나 김성근은 한계를 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았기에 앞을 향해서만 나아갈 수 있었다.


내가 야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것. 하겠다는 뜻만 있으면 어떤 역경 속에서도 이룰 수 있다는 것. 스스로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고, 다음에는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다시 한계를 만나고, 그것을 뛰어넘으면서 큰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것. 그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거장이 거장인 이유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늘 발전가능성을 염두 해 두기 때문이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80세의 고령에도 불구, 매일 6시간을 연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매일매일 발전하는 스스로를 느꼈고, 그 기쁨과 행복으로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김성근 역시 선수 시절부터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선수 시절, 그는 매일 200개의 돌멩이를 강에 던졌다. 팔이 빠질 듯한 고통이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열망과 실력이 느는 기쁨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그는 감독이 되어서 선수들에게도 혹독한 연습을 강조한다.


지옥의 맛을 볼 때까지 연습하는 것은 이겨야 하는 이유가 돼주기 때문이다. 나는 비 오는 날에는 더 혹독하게 연습을 시킨다. 그날의 기억이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 때 오기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김성근은 말 그대로 ‘지옥훈련’을 시킨다. 그러나 이 훈련은 혹사가 아니다. 지독한 연습은 선수들에게 ‘이렇게 연습했는데 잘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안겨 주고, 동시에 ‘이렇게 연습했는데 지면 너무 억울하다’ 라는 절실함을 안겨준다. 둘 다 선수를 성장시키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것은 물론이다.


경영학의 대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자신이 설정한 한계만큼 성장한다.’ 심리학에도 비슷한 맥락으로 ‘닻내림 효과’ 라는 것이 있다. 어디에 기준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령 골동품을 가져다 놓고 ‘이 제품이 500만원보다 비쌀까요?’ 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500만원 언저리에서 그 제품의 가격을 측정한다. 하지만 똑같은 골동품을 들고 ‘이 제품이 5억보다 비쌀까요?’ 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이번에는 5억 언저리에서 그 제품의 가격을 예측하기 시작한다. 질문에 쓰인 500만원과 5억이 그 물품가격의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계를 어디에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기준에 따라 능력치가 달라진다. 그래서 김성근은 한계를 설정하지 말라고 권한다. 선을 그으면 거기가 한계가 되지만 선을 긋지 않으면 한계도 없다. 생각의 차이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인다. 누가 뭐라 하든 개의치 말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안 될일이 없다.’


100m를 목표로 하는 사람과 42.195km를 목표로 하는 사람은 능력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마음에 무엇을 품느냐에 따라 속도와 거리가 다른 것이다. 물론 원대한 목표만으로 사람은 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높은 목표와 이상을 품는 사람은 낮은 목표를 지닌 사람보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높게 여길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호리의 믿음 차이가 천리의 성과 차이를 낳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우리 팀 목표는 4강 진출이라고 말하는 감독이나 프런트가 있다. 그런 생각은 프로 자격이 없다고 본다. 그런 생각이 승부를 안일하게 만든다. 우리는 여기까지라고 미리 말하는 것 자체가 포기 선언이다. 그런 팀이 우승에 대한 강한 욕구를 느낄리가 없다. 그런 경기를 팬에게 보여주는 것은 팬에 대한 실례다.


김성근은 야구가 좋아 야구 선수가 되었고 야구감독이 되었다. 그는 후회 없이 순간에 집중했고, 그래서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가 팬들의 마음을 울렸던 건,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진지함과 경기에 열중하는 자세였다. 간절히 소망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절실함이었다. 김성근은 공 하나의 전부를 걸어 완벽의 야구를 추구한다. 그것은 어쩌면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기때문에 죽는 날까지 한발짝씩 멈추지 않고 성장할 것이다. 김성근. 그를 보면 언제나 최선을 다한 자의 굵은 땀방울이 그려진다. 그의 삶을 돌아보며, 진부한 경구이지만 다시 이 말을 세워 마음에 담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땀은, 반드시, 대가를 가져온다.'


언제까지든 나의 야구를 할 것이다. 나는 완벽한 야구를 추구한다. 완벽한 야구는 무지개와 같다. 항상 손에 잡힐 듯만 할 뿐, 손에 잡히지 않는다. 완벽한 야구는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는 도전이다. 그래도 완벽한 야구를 추구하려고 도전한다. 실패하겠지만 또 도전한다, 죽을때까지. 그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