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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갑추구실/멘탈갑 리포트

[멘탈갑 리포트] ⑫-4, '인생은 한 번밖에 없는 거거든' 정치인, 노회찬

by 김핸디 2013. 3. 7.



3편에 이어 계속...



노회찬 식으로 산다


노회찬은 자기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멋진 삶인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자기이유가 분명하다. 그래서 좋아 보이는 것을 흉내내지 않고 진짜 좋은 것을 찾는다. 멋지고 화려한 것을 쫓기 보다는 자신을 행복하고 기분 좋게 하는 일을 찾는다.


가끔은 이러한 그의 태도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사기도 하고 질타를 받기도 한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국회의원 선거 때 하리수 씨가 그의 선거운동을 자처해온 것이다. 연예인의 도움이니 반가운 것이었지만, 그녀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주변에서 말이 많이 나왔다. 반쯤은 우려였고 반쯤은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했다. 노회찬은 당시의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노원구 선거 때, 하리수 씨가 지원하러 오고 싶다고 나한테 묻기에 고맙다, 요청도 안했는데 참 고마운 분이다, 그래서 오게 하자 했는데 막 전화가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도와주는 분들이 뜻은 좋은데 오해받을 수 있다, 당신이 그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접은 높이 평가하지만 선거 때 그 사람들이 와서 전면에 나서는 것은 당신에게 일단 도움이 안 될 테니까 안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제가 그건 아니라고 했어요. 무슨 한 표 더 얻기 위해서 그 사람을 부를 거냐 말 거냐 논의하는 것도 불편했고, 그쪽도 부담을 안고 오는 건데, 선의로 오겠다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참 슬프기도 했고요. 그래서 오라 그랬고, 그날 같이 다녔어요. 왔다가는 바람에 물론 우리 지지층으로부터 야단도 많이 맞았죠. 하지만 저는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 소수자 인권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사회가 소수자 문제에 대해 여간 단단한 장벽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죠.


정치인에게 선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때로는 당선을 위해 물불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선거에 앞서 도와주겠다는 사람의 선의를 먼저 생각했다. 한 표의 선택보다는 사람 그 자체를 먼저 생각한 것이다. 이로움과 의로움 사이에서 의로움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선택에 있어서 사회의 생각이나 타인의 권고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선택의 조건은 늘, 어떠한 행동과 말이 보다 노회찬스러운가였다. 그러기에 비록 조금 손해 보더라도, 손해 볼 것 같더라도 늘 노회찬스러운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후회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노회찬의 인터뷰를 보다보면 유독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겁니다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실제로 그는 최근 X파일 공개로 의원직을 잃었을 때도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전에 선거를 앞두고 처음 몸 담았던 민주노동당을 나왔을 때도 비슷한 표현을 썼다. 정치인 노회찬, 그가 가지고 있는 자기 이유의 다른 모습은 노회찬 다운 선택을 하는 것.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 것이었다.


제 나름대로 정치적인 칼라도 있는 건데 손해 보더라도 어떤 게 노회찬 식이냐. 내가 인생을 사는 법, 혹은 내가 정치를 하는 방법은 무엇이었냐. 이익을 더 얻고자 이 상황에서까지 남아있는 것, 선거에서 몇 표 더 얻으려고 남아있는 것은 나한테 안 맞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분당을 반대했던 사람이지만 막판에 나갈 때에는 나가서 물에 빠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나가는 게 맞자 판단을 했죠. 앞으로 어떤 유사한 일이 나타나도 아마 똑같이 할 겁니다.


노회찬은 진보정치인이다. 그러나 그러기에 앞서 노회찬이라는 한 인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흔히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정하면 집단의 매몰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노회찬은 정치인이기에 앞서 자신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진보적인 이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때도 진보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각을 중시한다. 진보적 성향이 강하고 대마초 합법화를 원하는 모 연예인의 서명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친하게 지내는 관계인데, 이 분이 대마초 합법화 관련된 법안 발의자로 서명을 해달라 했는데 서명을 안했습니다. 다른 이유가 아니고 판단유보예요. 확신이 없더라고요. 저는 소수자라고 해서 무조건 한다기보다는 제 나름대로의 이해와 확신이 있어야 되고 더 고민을 하고 싶었어요.


 


인생은 한 번 밖에 없는 거거든.


  

노회찬의 신조는 삶은 한 번 뿐이다라는 명제를 매 순간 상기하는 것이다. 삶은 한 번뿐이다. 너무도 당연한 그 말을 떠올려보면 순간순간마다 답은 명확해진다. 좀 손해를 보는 것 같더라도 쫓아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지는 것이다.


사석에서 후배들과 술 한잔하면 하는 얘기가 있는데, 인생이 한 번밖에 없거든. 인생이 두 번 세 번 있으면 요렇게도 한 번 살아보고 저렇게도 한 번 살아볼 텐데 한 번밖에 없기 때문에 잘 살아야 된다 이거야. 이 시간은 가면 다시 안 오고. 삶이나 인생에 대해 애착이 큰데, 그래서 굉장히 잘 살아야 된다는 것이죠. 자기가 볼 때 누구 눈치 보는 일이 없이 마음에 흡족한, 자신 있는, 손해보더라도 판단을 해야 된다는 거죠.


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고 싶다. 하지만 누구나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이유가 아닌, 부모님의 이유나 사회가 요구하는 이유를 붙들고 산다. 그러나 백번을 생각해도 자기 이유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일전에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 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다.’ 라는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그의 말이 옳다. 죽기 전에 이게 아닌데라고 후회하는 삶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


노회찬의 삶은 노회찬의 것이다. 그의 삶이 옳다거나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반대로 나쁘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매번 스스로에게 이유를 물었고, 그 이유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삶은 완벽하지 않을지언정 그 자체로 온전하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후회스럽지 않은 삶이니까.


정치인 노회찬. 그는 혼탁한 시대에 떠밀려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비록 그의 앞에 당분간 국회의원은 붙일 수 없겠지만 나는 생각한다. 그는 국회의원보다 소중한 스스로의 가치를 지켜냈기에 행복할 것이라고. 자유는 자기이유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평생의 숙제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언제나... 지위보다는, 명예보다는, 부와 권력보다는,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나라는 인간으로서의 한 사람, 그 존재 자체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매 순간은 결혼상대 구하는 것만큼 소중한 순간들 인거죠. 그럴 때 추구하는 가치가 이런 것이 반영되어야지 가치를 배신하고 이익을 얻으면 뭐하냐 이거죠. 가치를 지키면서 이익을 얻으면 더 좋겠는데 둘 중에 하나를 버려야 된다면 이익을 버려야지, 가치를 버릴 순 없다는 거죠. 그런 나중에 삶이 불행할 거예요. 삶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데. 남들이 안 알아주는 것은 참을 수 있단 말예요. 그런데 자기가 자기를 안 알아주면 이건 굉장히 골치 아픈 일이에요. 존재가 흔들려 버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