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갑 연구소는 제 12대 멘탈갑으로 정치인 노회찬을 선정한다.
프로필
몇 안되는 스타 정치인. 이름뒤에 ㅋㅋㅋㅋㅋㅋㅋ를 자연스럽게 붙일 수 있는 재미있는 남자. 척박한 진보정치의 길을 명랑하게 걷는 정당인. 언어의 연금술사. 그리고.... 아나운서 손석희와 동갑! 동갑!!!
첫 번째 질문.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감정 상태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로 추측할 수 있겠지만, 큰 비중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웃음’ 이라고 생각한다. 일요일 저녁, 사람들이 <개그콘서트>에 그렇게 열광하는 것이 단지 ‘이 밤의 끝을 잡고’ 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개그콘서트>를 보며 깔깔대고 웃는다. 인터넷 유머사이트를 들락거리고, 예능프로와 함께 주말 밤을 꽃피운다. 우리는 웃는다. 그리고 동시에 잊는다. 다가 올 한 주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아마도 반복 될 일상의 고단함을. 그리고 ‘웃을 일 없었던’ 지난 시간들을.
한편, 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남성도 ‘유머감각이 뛰어난 남자’ 이다. 왜 일까. 웃음만큼 마음을 열기 좋은 도구는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던진 농담으로 와하하 하고 함께 웃는 순간, 우리는 타인에 대한 경계를 풀고 서로를 친근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웃으면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면 그 마음을 얻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 웃음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직업군은 어디일까. 엄숙함이 연상되는 법조계, 고난이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공업계, 보수적일 것 같은 느낌의 교육계. 여러 직업군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웃음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직업군은 단연코 정치계이다. 정치는 오랫동안 ‘짜증 유발자’ 였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고, 신문을 보면서는 한숨을 쉬었다. 경직된 한국사회의 여러 분야에서도 정치는 가장 웃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보다는 찡그림이 연상되는 직업 분야다.
하지만 그렇기에 반대로 웃음이 가장 필요한 분야가 정치이기도 하다. 네루는 말했다. 정치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람들의 욕망을 읽고, 그 욕망을 풀어주어야 한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이 진짜 ‘정치’ 일 것이다. 김어준은 말했다. 삶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근원이 바로 정치라고. 그 말을 바꾸어 생각해보자면 좋은 정치 아래서는 스트레스가 감소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눈물을 닦아주고 스트레스를 감소하여 살 맛 나게 하는 것, 국민들로 하여금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끔 하는 것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국민을 웃게 해주는 것이 정치라면, 정치인에게 유머감각만큼 소중한 자산도 없다. 물론 국민을 웃게 한다는 것이 단순한 말 장난이나 농담으로 웃기는 것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어느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람이다. 그들은 선거철 반짝 행동임을 차치하더라도 적게는 수천에서 수십만명의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한다. 물론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다.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 유머가 많은 사람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고. 실제로 그는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미국에는 레이건 대통령이 유머감각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총격을 당하고 수술을 앞두었을 때, 담당 의료진들을 향해 “당신들 모두 공화당원이겠죠?”라며 농담을 던진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병상유머가 국민들을 불안감으로부터 해소했음은 물론이다. 생각해보라. 사람들과의 접촉과 관계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정치인에게 유머감각이란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가. 사실 우리에게도 희귀하지만 그런 정치인이 존재한다. 바로 촌철살인의 어록과 특유의 비유적 말빨로 유명한, 국회의원 노회찬이다.
투박한 외모, 강경할 것 같은 이미지의 진보정치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회찬을 친근하게 느끼게끔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유머감각 덕분이다. 생각해보라. 그에게 유머감각이 없다면 그가 지금처럼 대중적인 인기 정치인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 최근 노회찬에게는 불행한 일이 닥쳤다. 정계의 불법자금 도청 파일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의원직 사면이라는 처벌을 받은 것. 사람들은 하나같이 ‘도둑을 신고한 사람을 처벌한 꼴’ 이라며 사법부의 판결을 조롱하고 분개했지만 어찌 당사자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으랴. 그러나 노회찬은 생각보다 씩씩했다. 판결 직후에도 방글방글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고, 도리어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대인배적인 풍모도 잊지 않았다. '국회를 떠나서 다시 국민속으로 들어갑니다’ 라는 사믓 비장한 기자회견문을 트위터에 올렸을 때도, 그는 프로필 사진 속에서 예의 그 환한 미소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순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그러나 본질은 하나였다. 안타깝다는 것. 네티즌들은 진심으로 한 정치인의 씁쓸한 퇴장에 가슴 아파했다. 정치성향을 떠나서라도 그는 분명 떠나보내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사람들은 그가 낙선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또 한번 미안한 마음을 지녀야만 했다. 지못미, 노회찬. 아, 우리의 노회찬!
50년 동안 같은 판에서 삼겹살 구워먹으면 다 탑니다.
노회찬은 한국 정치판에서 정말이지 독보적인 캐릭터다. 척박한 노동운동을 해왔고, 단 한 번도 그 길을 이탈하지 않았으며, 누구보다도 투철한 신념으로 평생 진보 정치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노안이라는 놀림을 당하면서도 브이를 얼굴에 대 보이고, 낙선을 했을 때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던 사람이 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회찬이 돋보이는 것은 같은 이야기를 해도 전혀 밉지 않게, 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만의 유머감각이다.
한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노회찬은 토론회에 나와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열을 올리고 있었다. 보통 야당의원이 정권을 비난하면 여당의원들은 같이 핏대를 세우고 반박을 하거나 정권을 비호하기에 바쁘다. 그것이 보통 우리가 보아온 ‘토론’ 이라고 쓰고 ‘자기 주장’ 이라고 읽는, 정치권의 풍토이다. 그런데 그날 토론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전면적으로 비판하며 ‘4대강을 살릴건지 국민을 살린건지 (대통령이) 결정하셔야 한다’ 라고 강변했다. 곧 청중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비판을 받는 여당 쪽의 정치인들도 입가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본분(?)을 생각하며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눈치챘으리라. 그날 방송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이 누구의 의견에 쉽게 공감 했을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노회찬의 힘은, 거기서 나온다. 그는 누구보다도 열렬하게 자신의 생각을 견지하지만 결코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보수이든 진보이든 구분 없이,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으로 여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 웃음을 터뜨릴까.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우리가 웃는 이유는 상대적인 ‘우월감’때문이라고 한다. 바보 연기를 하면서 넘어지고 자빠지는 영구에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 바로 이 우월감에서 나오는 감정이다. 흔히 몸 개그 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실수들. 즉, 논두렁에 쳐박히고 플라잉체어에서 날아가는 무한도전 멤버들을 보며 깔깔대는 것이 바로 이 우월감에서 나오는 웃음들인 것이다. 한편 칸트는 사람들이 웃는 이유를 ‘부조화’에서 찾았다. 예상치 못한 일, 기대를 배반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웃음을 터뜨린다는 것이다. 잘빠진 각선미를 보여주며 카메라의 시선이 올라가다가 그 예쁜 다리의 주인공이 수염이 거뭇거뭇한 개그맨 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폭소한다. 불리한 상황, 위축되는 모습을 예측했건만 도리어 호통을 치는 개그맨을 볼 때 우리는 와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노회찬의 유머감각은 칸트쪽에 가깝다. 그는 정치권의 용어가 아닌 저잣거리의 말을 쓴다. 그래서 사람들의 기대를 뒤엎어버린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삼겹살 불판’발언 이다. 그는 정권교체와 같은 정치권의 용어를 쓰지 않고 ‘50년 동안 삼겹살을 구워먹은 판을 갈아야 합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표현을 쓰는 신인 정치인의 화법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렇게 유머감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위 말하는대로 ‘뜨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도 비유를 들어보임으로써 쉬운 이해와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복지공약 축소를 한탄하면서 그가 내뱉은 한마디는 이랬다.
거꾸로 타는 보일러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복지공약이 왜 거꾸로 축소되는지 제가 따져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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