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입니다.
오늘부로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날이네요. 문득, 10년전 대통령 취임식을 떠올려봅니다. 저에게는 16대 대통령취임식이 무척 의미있는 하루였어요. 직접 참석하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분에 대한 기대가 누구보다 더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보이지도 않겠지만, 대통령 만나러 간다고 그 전날 미용실 가서 머리도 하고 새로 옷을 사입기도 했었죠. 덕분에 2월 야외에서 벌어지는 취임식에 봄 옷을 입고 가 벌벌 떨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참 좋았는데...
여튼 그 생생한 하루가 벌써 10년전이라고 하니 감회가 새롭군요. 2003년의 저와 2013년의 저는 얼마만큼 달라져 있을까요. 생각해보니, 일단 책을 많이 읽은 것 같습니다. 2003년의 저는 무라카미 류 같은 일본작가의 퇴폐소설을 좋아했어요. 물론 그것도 한달에 한 권쯤 읽을까 말까 였죠. 그런 책을 한 권 가지고 다니면서 시니컬한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10대가 저였습니다. 그 후로 10년, 참 많은 책을 읽어왔네요. 지금은 물론 퇴폐소설보다는 심리학 서적을 탐독하는 진화를 이루었고요. 둘째로,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지금은 어찌됐든 영어로 돈을 버는 정도에 이르렀는데, 그때는 영어 참 못했어요, 싫어했고요. 셋째로,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네요. 그 때 다룰 수 있는 악기는 초등학교 때 배웠던 단소나 대금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실력은 별로일지라도 피아노-기타-우쿨렐레까지 다양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생각해보니 성장한 것이 전부이네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감사하게도) 후퇴한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보다 운동도 많이하고, 글도 많이 나아졌고, 아는 사람도 많아졌고, 관심사도 다양해졌고.
그러고보니 그런생각이 드네요. 한 정권의 5년 임기만 생각할게 아니라, 그 정권이 끝났을 때 나는 얼마나 달라져있을지를 생각해보자, 라는 생각. 5년 후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한다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그 때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습니다. 5년후의 저를 상상해봅니다. 대통령이 바뀌고 그 때마다 잘했냐 못했냐를 따지기 보는, 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가는 것.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내 삶의 정치' 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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