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을 보면 완벽히 획일적이에요. 졸업학점 평균이 대충 3.7이라고들 해요. 옛날에 3.7이면 단과대 수석이었어요. 그 다음에 스펙 관리라고들 하죠? 똑같아요. 학점 관리하고, 토익 점수, 인턴활동 아니면 봉사활동 몇 개. 수십만 대학생들의 포트폴리오가 완벽히 일치한다는 거예요. 그것은 뭘 말하느냐 하면, 언제라도 다른 사람과 교체될 수 있다는 거예요. 나사니까요. 대량생산되는 나사니까.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결코 다른 사람과 대체될 수 없는 자기만의 전공, 스페셜리스트 있죠? 그 영역을 확보해야 됩니다.
- 진중권
예전에 읽었던 한겨레 특강을 다시 읽고있는데... 소름이 다 돋네요. 사실은 이 책을 대학 다닐 때 읽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졸업할 때 제 상태가 딱 저랬어요. 학점 3.8, 토익 900이상, 인턴활동 및 봉사활동 경험. 흐어... 진중권의 표현대로 보자면 저는 완벽한 나사였던거네요. 그때는 저게 노력해서 쌓은 것들이라 자부심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남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꼭 복제된것 같은 포트폴리오였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그나마 다행히도, 남들과 다른 게 있었다면 딱 하나. 책을 열심히 읽었다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그걸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은 이렇게 조금씩 '나만의 무늬' 를 그려내고 있는 것 같고요.
남들 하는것을 따라하는 게, 사실은 제일 위험한 것이라는 거, 지금의 대학생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쉽지 않겠지요. 제가 그랬던것처럼... 아무리 이런 책을 읽어도 토익공부를 하고, 또 자격증을 땄던 것처럼. 참... 지나고나면 이렇게 잘 보이는데, 그 당시에는 뭐가 그렇게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했었나 싶습니다.
더욱 용기를 가져야겠습니다. 나사가 아니라, 완전한 한 인간 존재로 살기 위하여.
한국은 쏠림이 너무 심해요. 뭐 하나 한다고 하면 다 그것만 해요. 공포감 때문이죠. 그 공포감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공포감이라는건 사람을 획일적으로 만듭니다. 길을 가는데 사람들이 일제히 어떤 방향으로 뛰잖아요? 제일 안전한 건 같이 뛰는 거예요.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공포감이 그런 상태로 만들거든요. 지금의 생존 공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굶어죽진 않는다고 생각하고 여유를 갖고 남들 안 하는 것을 하겠다.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홍세화 선생님께 말씀하셨잖아요. “남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라.” 진정한 의미의 특권층은, 소위 말하는 1%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고르고 그걸로 밥을 먹을 수 있으면 그거야말로 특권층이거든요. 후자의 1%는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될 수 있어요.
-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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