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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명절의 추억

by 김핸디 2013. 2. 9.





소장입니다.


설 연휴네요. 명절을 지금은 무척 좋아하지만(맛있는 거 먹잖아요!) 학창시절엔 괴로웠던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나 큰 집 안가' 라고 당당히 말했을텐데, 그 땐 어려서, 갔다가 매번 상처 투성이로 돌아오곤 했어요.


친가에선 한 번도 '잘한다' 소리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는 여자애라고 못 미더워 하셨고, 큰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과 늘 저를 비교하셨죠. 제가 걔보다 공부를 잘 했는데, 그게 못마땅했는지 늘 저를 다른걸로 깎아내리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친가에 가는게 정말 싫었어요. 매번 무시 당하고, 비교하고, 안 좋은말만 듣고. 그게 제가 경험한 친가의 명절이었거든요.


하지만 다행히도 외가에 가면 너무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제가 첫 손주라는 이유로 정말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주셨고, 외삼촌이나 이모도 제가 외가에 들어설때면 '우리의 호프' 라며 저를 엄청 반겨 주셨거든요. 호프라는 말이 희망이라는것을 알기전부터 전 늘 '우리의 호프' 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외가에선 늘 당당했습니다. 외할머니 환갑잔치엔 나가서 장기자랑을 하기도 하고, 유쾌하고 활발한 '제 자신' 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죠.


지금은 친가 근처에도 안 가고 그 쪽에서 가끔 연락이 와도 안 받습니다. 외가는 아직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요. 그래서 저에게 명절은 이제 오직 외가만 존재합니다. 친척, 참 무겁고도 가벼운 관계이지요. 명절때가 되면 가족이나 친척들을 만나 인사를 하는데, '친척' 이나 '혈연' 같은 관계의 이름에 얽매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가 누구건간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면 만나서 행복한거고, '친척' 이어도 나를 무시하고 다른 이들과 비교하는 사람은 함께 있고 싶지 않은 법이니까요.


우리들의 모든 명절이,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고 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어서, 외가 어른들이 아니라, 존경하는 사람이어서, 사촌이어서가 아니라, 만나면 즐거운 사람들이어서. 행복하고 따뜻한 설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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