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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

by 김핸디 2013. 1. 28.



아침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 전화가 와서 당황했습니다. 물론 받지 않았지요. 어제 저녁에도 이미 한차례 카톡을 통해 업무관련 얘기를 했던 터라 더욱 그렇습니다. 카톡이 온 시간도 밤 11시였는데, 도대체 예의가 없는 것이지요. 업무 시간외에 연락을 하는것도 싫은데 아침에 전화, 밤 늦게 카톡을 하는 태도를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할 수있는걸 해내는게 대단한게 아니라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것이 정말 대단한일이다. 이를테면 연예인이 둘 있다고 칩시다. 한 사람은 인기가 많아서 광고 10개를 찍었고, 한 사람은 인기가 별로없어서 광고가 하나가 들어왔는데 그게 대출광고여서 찍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10개의 광고를 한 사람을 인기가 많다고 잘나간다고 박수쳐주겠지요. 하지만 인기가 많아서 들어오는 광고를 찍는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자체는 별로 대단한게 아니지요. 진짜 어렵고 대단한것은 어렵게 들어온 한개의 광고를 그 광고가 끼칠 사회적영향력을 생각해서 하지 않는것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일이 아니죠.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일이 아닙니다.


한 때 이경규의 양심냉장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 프로에 열광한 이유는, 뭐 거창한 일을 해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도 쉽게 할 수 있는 '정지선을 무시하는 일' 을 누군가는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지켜냈기 때문이었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일, 그래서 쉬운일을 누군가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그 작은 '하지않음' 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오랫동안 회자 되었던 것이지요.


사람들은 쉽게 '한 일' 이 무엇인지만 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것은 '하지 않는 일' 입니다.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는거 너무 쉽지요. 편하지만, 하지 말아야죠. 돈 벌이를 위해서 남에게 피해주는 일, 당장 이득이 되니 하고싶겠지만, 하지 말아야지요. 컨닝하고, 돈 빼돌리고, 높은 지위에 있다고 사람 무시하고, 돈 많다고 흥청망청 쓰고, 이런거, 너무너무 쉽지만 하지 말아야죠. 사람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누구나 하고싶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하지 않는것이 진짜 그 사람의 가치를 드러내는 일이라는 거,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