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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극복실/멘탈붕괴의 현장

가난이 삶을 짓밟을때, 노무현 전 대통령

by 김핸디 2012. 1. 6.



친구들은 대부분 나처럼 가난한 시골 출신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한국은행에 취직하려고 모두들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나는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가난에 대한 불만, 공부를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런 것 때문에 확신과 자신감을 잃었다. 나름대로 큰 포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법고시를 볼 생각을 하면서 틈틍이 <고시계>와 법률 관련 서적을 읽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의 격차가 너무 컸기에 주눅이 들었다. 생각의 좌표도 삶의 지향도 없이 한동안 방황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술 담배를 했고 결석도 자주 했다. 2학년이 되자 성적이 중간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무 희망도 없었다.



모든 것이 힘들었다. 3년 내내 한 푼이라도 싼 곳을 찾아 하숙, 자취, 가정교사, 빈 공장 숙직실을 전전했다. 부산 영주동 작은누님집에서 비비고 한 날도 많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지나고 보면 예쁜 추억으로 채색되기도 한다지만, 그때는 너무 서럽고 괴로워 수없이 눈물을 쏟았다.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졸업을 앞두고 있던 초겨울 어느 날,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었다. 학교 교실에서 두 밤을 혼자 지냈다. 밤새껏 이를 악물고 떨면서 추위를 견뎠다. 다음날 이가 아파 밥을 한 숟갈도 먹지 못했다. 농협 입사시험에 떨어졌다.


- 노무현 前 대통령 자서전, <운명이다> 中





시대에 따라 조금씩 양상은 다르지만, 어느 세대나 가진것없는 20대 청춘은 거칠고 불안한가 봅니다. 정치적으로 노무현 前 대통령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그 분이 겪어온 젊은날의 격정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인간적인 부분에서 시사하는 점이 있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