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에 이어서 계속...
남들에게 좋은가가 아니라, 나에게 좋은가가 중요하다.
강신주가 이야기 하는 두 번째 용기는 ‘남들이 비난하지만 나에게는 좋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힘’ 이다. 그는 스피노자를 언급하며 국가나 권력이 이야기하는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니라, 나의 기준에 맞추어 좋은지 나쁜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들이 나쁘다고 해도, 내가 좋으면 그것을 끝까지 밀고 나갈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하는 것을 밀어 붙여야 해요. 옳은 것(옳다고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것을 관철시켰던 사람들이 역사를 끌고 가요. 연애결혼이 어떻게 가능했을 것 같아요? 내가 동네에서 우연히 본 어떤 처자를 좋아하는데, 우리 부모님은 정혼을 시켜요. 어떻게 하실래요? 이런 문제에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그거 나쁜거 같아, 악한 거 같애’ 라고 말하는 거죠. 그런데 그 사람들은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하려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전혀 보지 않아요. 하지만 여러분 알잖아요. 과거에 악이라고 불렀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통용되던 역사를 기억해야만 해요.
과거는 그랬다. 연애결혼은 안 됐다. 그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을 지켜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상은 조금씩 바뀌었다. 영화 <헬프>를 보면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이 얼마나 흑인에 대한 편견이 심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흑인은 안 됐다. 백인과 같이 화장실을 써서도 안 됐고, 버스에서도 분리되어 앉아야 했으며, 같은 병실에 존재해서도 안됐다. 어디 흑인 뿐이랴, 우리의 과거는 그랬다. 여자는 안 됐고, 상놈은 안 됐다. 그런 세상이었다.
사실 선과 악은 태초로부터 강력한 행동의 기준이었다. 안 된다, 라는 말은 힘을 가진자가 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이었다. 그러나 그 명령에 ‘왜 안되는데?’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세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피부색으로 차별받지 않고, 성별로 차별받지 않고, 금지의 목록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세상은 바뀌었다. 자신에게 좋은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멈추지 않고 걸어나가는 그 누군가에 의해서.
유시민은 일전에 강연에서 '역사를 뒤돌아본다면 어떻게 진보의 가치를 믿지 않을 수 있겠냐' 라고 되물었던 적이 있었다. 돌아보니 그랬다. 우리의 역사는 언제나 진일보했다. 안 된다, 라는 말에 마침표를 지우고 '왜 안돼?' 를 외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이 모여 변화를 이루어냈던 것이 우리의 역사였다. 좀 더 평등하게, 좀 더 상식적으로, 좀 더 '인간' 에 가깝게. 늘 그렇게 바뀌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훨씬 더 자유로워 졌는가. 그렇게 묻는다면 갸우뚱 할 수 밖에는 없다. 시대가 지날수록 자유는 분명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검열은 심해졌기 때문이다. 밖으로부터 오는 규제는 확실히 줄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규제는 내면에서부터 온다. 그리고 훨씬 더 강력하다. 이른바 ‘자기 검열’ 이다. 이제 사람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를 ‘내가 좋은가’ 라는 질문보다 우선시 하게 되었다. 강신주는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제 행동이 사악한 거 같아서 싫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 만나면 제가 물어봐요. 그걸 선택해서 좋았습니까? 행복했어요? 그걸로 활력을 되찾았고요? 그럼 그걸 선택해야죠. 내가 좋은걸 좋다고 못하면 노예인거에요. 사회나 국가에서 좋다고 하는 것을 따라 살지 마세요. 우리는요, 내가 좋은지 나쁜지만 선택하고 결정하면 돼요.
강신주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세상이 정해놓은, 사회가 강요하는 기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직 중요한 것은 ‘나에게 좋은가, 아닌가’ 이며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저항’ 하는 존재가 되라고 말한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맞서고, 내가 좋아하는 일과 사람은 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말라고. 그가 권하는 저항은 체제에 맞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혁명가의 모습이 아니다. 다만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실천가의 모습이다. 강요된 일이나 이미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기 보다는, 사회가 ‘이렇게 하는것이 좋다’ 라고 말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을 선택하겠다’ 라고 맞서나갈 수 있는 행동하는 이의 모습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과 같이’ 사는 이유는 그게 편하기 때문이니까. 모난돌이 정 맞는다, 라는 우리의 속담은 아직도 그 힘이 세니까. 그러나 ‘좋은 것’ 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저 한 발짝 내 욕망으로 발을 내딛는데서 시작하는 용기에서 온다.
삶에서 가장 큰 미덕은 용기에요. 지혜만 있고 용기가 없으면 허무주의로 변하기 쉬워요. ‘다 알아. 근데 이건 어차피 안돼’ 이렇게 되거든요. 흔히 사람들은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고 미리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변에 인문학 하는 사람들을 만나 봐도 너무 편하게 쉽게 실천 안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때 논리가 오십 보 백 보예요. 하지만 실제 삶에서 오십 보와 백 보는 완전 달라요. 그러니 그저 한 걸음만 가도 돼요. 진짜 중요한 건 용기를 키워나가는 거에요. 자기 삶이 유일하고 소중한 것임을 알아야 하고.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치욕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내가 좋은 것' 을 선택해야 한다. 남이 아니라 내면의 소리의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 그리고 오직 단 한번뿐인 인생을 산다. 나만의 삶과 내가 만들어 갈 미래를 꿈꾸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상상은 미래의 예고편이다’. 나에게 좋은 세상과 미래를 그렸다면,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해 한 걸음씩을 내딛어야 한다. 용기를 내어야 한다. 잊지 말자. 무엇이든 꿈꾸는 만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용기내서 움직이는 그 만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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