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같은 두 사람, 노무현과 문재인
문재인은 그러나,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에 평생의 친구이자 동지였던 노무현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다. 원래 그런 것이다. 유유상종. 초록은 동색. 자신이 먼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서 만나는 사람이 달라진다. 언젠가 <힐링캠프>에 탤런트 차인표가 나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주식에 열을 낼 땐 주변이 온통 주식 얘기를 하는 사람들뿐이었는데,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지금은 주변이 온통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라고. 문재인과 노무현은 같은 과였다. 문재인이 노무현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노무현이 문재인을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각자 ‘법률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문재인이 그리던 법률가상은 ‘보통 서민이 겪는 사건들 속에서 억울한 사람을 돕고 보람을 찾는’ 그런 모습이었고 그는 그의 소신대로 법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간다.
그는 모두가 ‘계란으로 바위치기’ 라고 말렸던 출판사 열음사의 부당한 등록취소건에 대해 변호를 맡았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이 생각했을 때 억울하고 법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꺼이 달려갔다. 한국인을 살해한 조선족을 변호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여론이 무척 안 좋았다. 그 변호를 통해서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은 소신대로 움직였다. 죄는 있지만 그들도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 누군가는 귀를 기울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유불리를 따지거나 계산을 하기 보다는 마음이 움직이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마음이 이끄면 움직이고, 남들이 가라고 밀어도 자신이 아니라면 움직이지 않는다.
한편, 그의 소신은 개인적인 삶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지인에 따르면 88년 당시 3500 만원짜리 전셋집에 살면서도 한겨레신문 부산지사장을 하며 1억원의 비용을 들였던 게 문재인이라고 한다. 사적인 생활에서보다 공적인 차원의 일에 더 큰 비중을 두었던 것이다. 지인의 말을 들어보자.
당시 한겨레신문 지사장을 하면서 몇 백만원, 몇 천만원 정도 날린 ‘민주인사’ 들이 수두룩했다. 그중에서도 문재인은 가장 손해를 많이 본 지사장 중 한 명이었다. 한겨레가 자리 잡은 후 여러 민주인사 지사장들이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다, 문재인은. 그는 이러한 자신의 태도를 지극히 사적인 부분에서 까지 유지한다.
양주나 와인보다 소주나 막걸리가 편하다. 술은 1차에서 끝내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한 폭탄주도 마시지 않는다. ‘민중’ 을 말하는 사람들이 말 다르고 행동 다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한 원칙이었다.
정말이지 놀랠 노자다. 그는 술을 못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술, 담배를 배워 정학을 맞은 적이 있고 봄 소풍 때 소주와 막걸리를 진탕 마셨던 경험도 고백했었으니까. 그런데 자신이 정한 원칙을 위해서 술마저도 절제한다는 거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음주 가무 아닌가. 1차는 언제나 아쉬워서 2차나 3차까지 이어지곤 하는 게 우리네들의 술 문화 아니던가. 그러나 그와 함께 20년 가까이 노동단체 활동을 해온 지인은 증언한다. '그 흔한 노래방 한 번 가는 일 없이 반드시 1차에서 술 자리를 끝냈다' 라고. 이렇듯 자신이 세워둔 삶의 원칙을 위해서 개인적 쾌락마저도 절제할 줄 아는 사람, 그가 바로 문재인이다.
소신, 자기자신을 사랑하게 하는 힘
스스로가 정한 원칙과 소신을 지켜온 그이기 때문 인걸까.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곧잘 소신 있게 사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가 청와대 수석이던 시절, 정부가 가진 의견과 대립하던 방송위원회 간부를 만나서 했다는 이야기는 그런 그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이 문제로 여러 사람이 찾아와 만났어요.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방송 개방이 보통 문제가 아니네요. 아무리 식견이 높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모든 것을 구석구석 알 수는 없어요. 고민하지 말고 최 부위원장 소신대로 하세요. 그게 정답입니다.
문재인의 소신이 빛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의 소신이 중요한만큼 타인의 소신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청와대 수석으로서 정부의 뜻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생각과 식견을 먼저 존중하는 것이다.
한편, 그래서인지 청년들에게도 소신있게 살아갈 것을 권한다.
내 주위의 정당하지 못함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성숙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정치의식, 사회의식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환경과 사회를 돌아보는 것에서 나옵니다. 쫄거나 주눅 들지 말고 분노를 표현하고 요구해야 합니다.
특히 이 일이 옳은 일인가? 라는 질문에 침묵으로 대답한다면, 그것은 생각이 없거나 옳은 일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침묵하지 마십시오.
어떤 이는 이런 문재인을 보면서 ‘대체 이 양반은 무슨 재미로 살아’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정한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문재인이야말로 오히려 행복한 사람일거라 생각한다. EBS다큐멘터리 <아이의 사생활> 편에 이런 심리실험이 있었다.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과 보통의 아이들을 모아두고 게임을 한다. 보통의 아이들은 대충 반칙도 하고 눈속임도 하면서 승리를 한다. 하지만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은 꼼수를 부리지 않아 매번 진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에 비해 삶의 만족도, 자기애와 긍정성 지수가 모두 월등히 높았다. 스스로에게 당당한 삶. 도덕성이 그들의 경쟁력이 되었던 것이다. 인간 문재인의 삶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문재인의 소신이 우리에게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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