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좋아합니다. 책 냄새를 좋아합니다. 개와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개와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양이를 품에 안는 것을 좋아합니다. 야구를 좋아합니다. 공 하나에 혼신을 다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밤을 좋아합니다. 밤에 듣는 느슨한 음악을 좋아합니다. 영화를 좋아합니다. 안성기의 그 넉넉한 연기를 좋아합니다. 남의 얘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조용조용히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내와 나란히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행을 좋아합니다. 낯선 곳에 홀로 놓인 내 모습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을 좋아합니다. 내 일을 좋아합니다.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일에 몰입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합니다. 』
오늘 아침에 <문재인이 드립니다>라는 책이 배송되어 왔는데, 책을 열자마자 마주한 저자 문재인의 자기소개입니다. 책 표지 겉장 왼쪽에는 늘 이렇게 저자소개가 간략하게 나와있지요. 대개는 어느 대학 졸업하고 무슨 일을 했다, 라고만 나와있기 마련인데 조금 재치있는 작가들은 평생의 삶을 간략하고도 유머러스하게 소개하기 마련인데, 문재인은 '좋아하는 것' 을 잔뜩 늘어놓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네요. 제가 지난주에 '좋아하는것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정하라' 는 김정운 교수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글을 쓴적이 있었지요. 그래서인지 이 소개가 굉장히 반갑고 또 예쁩니다.
책 냄새를 좋아하고 아내와 나란히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자기소개에는, 사법고시 합격이나 청와대 민정수석 같은 사회적 지위는 드러나지 않지요.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과 청와대 고위공직자라는 직책이 아무리 대단할지라도 인간 문재인을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문재인은 책과, 야구와, 영화와, 여행에서 드러나는 것이지요. 이 자기소개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소리내서 한 글자씩을 읽어보았습니다. 한번도 만난적 없고(저 멀리서 보기는 했었죠), 마주해본적 없지만, 이 소개만으로 인간 문재인이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ps.
으헝헝헝. 의원님. 저도 걷는 거 좋아해요, 밤에 듣는 느슨한 음악도 좋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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