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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탐사실/2012 감사노트

1228 감사일기

by 김핸디 2012. 12. 29.


영혼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시간

에드워드 호퍼, nighthwak 


0. 강신주가 그랬다. 사람은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아이큐가 낮아진다고. 이를테면 이런것이다. 둘만 있으면 사람들은 영혼의 대화를 한다. 셋이 되면, 넷이 되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찾고 그러다보면 나누는 대화의 수준이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백명의 사람들이 모인것을 생각해보라. 사람들은 '짬뽕이 좋냐 자장면이 좋냐' 라는 식의 일차원적인 대화밖에는 나누지 못할 것이다. 고로 만남은, 이야기를 위한 만남은, 둘이 가장 좋다. 누구를 만나든 1:1로 만나는 만남이 가장 속 깊은 것이다.


친구랑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모임도 사랑하지만, 여럿이서 함께하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둘이서만 만나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도 그랬다. 나는 내가 공부한 프랑스혁명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주었고, 서로가 (만에 하나) 뇌사상태에 빠지게 된다면 가장 듣고 싶은 음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오래 알고 지났지만 가장 좋아하는, 생애 마지막에서 듣고싶은 노래를 서로는 모르고 있었다. 


우리들 모두에게는 이렇게 한 사람을 들여다 볼 시간이 필요한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사람을 차근차근 알아갈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1:1의 만남. 친구에 대해서 한 뼘은 더 알게된듯한 기분이 든다.


1. 나는 김광석이 너무 고맙다. 어떻게 서른즈음에 같은 노래를 불러서는, 어떻게 바람이 불어오는 곳 같은 노래를 불러서는, 어떻게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같은 노래를 불러서는... 사람을 이렇게 감동시키는것이란 말인가. 어제, 그리고 오늘은 김광석의 '잊혀지는 것' 을 반복해서 들었다. 좋다, 이 노래. 잊혀지는 것. 잊을 수 없는 것. 잊기에는 너무도 선명한 것.



    


2. 11시 30분쯤에 사무실을 나왔다. 어두웠는데, 가로등이 밝았다. 언젠가 아빠는 그랬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길에 가로등은 왜 다 켜져있느냐고, 돈 낭비라고. 하지만, 그 아무도 다니지 않(을거라고 믿)는 길을 내가 걸었다. 인적이 드문 거리를 그 가로등 때문에 외롭지 않게, 또 무섭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가로등은 단 한 사람을 위해 켜져있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곳을 옷깃을 여미며 걸어갈 단 한 사람을 위해서. 효율을 따지자면 돈 낭비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사람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면, 가로등은 밤새 켜져있을 이유가 충분하다. 효율은 영리하지만 따뜻하지 않다. 나는 비효율적이라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공공의 치안' 에 감사했다. 불빛은, 사람이 많이 다니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든, 그곳을 걸어다니는 누군가를 위해서 평등하게 비쳐줘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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