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언브레이커블.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조용히 보냈다.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두 번의 죽을고비를 넘겼다는것이 생각났다. 한 번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당했던 교통사고, 한 번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겪었던 집안의 화재사고. 교통사고는 몸이 날라갈 정도의 것이었지만 타박상만 입는 '기적' 을 보였고(실제로 의사가 기적이라고 했다고 한다), 화재는 집안에 나만 있었고 자칫하면 불길이 번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임에도 침착한 대피로 머리카락 하나 상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쯤되면 가히 '언브레이커블' 이라고 불릴만한 생존력이 아닌가. 나는 다시금 감사노트를 적어보기로 했다.
1. 소화능력. 지난 주 토요일에 배탈이났다. 여러번 구토를 했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밥을 먹고 소화를 시킬 수 있는 '너무도 당연한' 능력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늘 그렇다. 작년에 사랑니를 빼고 개구장애를 격고 나서야 입을 벌릴 수 있는것조차 당연한것이 아님을 느꼈고, 올해 여름 허리통증으로 고생을 하면서 비로소 의자에 앉아있다는것 역시 당연한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너무도 잘 먹고, 또 잘 싼다.
병을 한 번 겪고나면 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감사할 것 뿐이라는 걸. 머리숱이 많음에 감사, 여드름 없는 피부라서 감사, 입이 쫙쫙 벌려져서 감사, 코가 막히지 않아서 감사, 눈병이 없어서 감사, 목이 붓지 않아서 감사, 열 손가락이 잘 구부려져서 감사, 앉을 수 있어서 감사, 걸을 수 있어서 감사, 감사, 또 감사. 맞다. 아프지 않다면, 정말이지 매일매일이 그저 감사할 것 뿐이다.
2. 노무현. 주진우의 현대사, 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다. 마지막회 노무현 대통령편을 들었고, 한번도 이익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았던 그의 삶을 반추하면서, 노무현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한 번이라도 가질 수 있었던것에 감사했다. 그 댓가가 너무 잔혹하고 마음아프게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미 모든것이 지난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라는 사람을 알 수 있었던것에, 내가 그 사람을 지지하고 좋아했었던 것에, 악수를 하고 취임식에 초청받을 수 있었던것에 감사했다. 많이 좋아했다. 보고싶다.
3. 귀마개를 샀다. 따뜻하고 좋다.
'행복탐사실 > 2012 감사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년, 김소장의 (지극히 개인적인) 10대 뉴스 (12) | 2012.12.28 |
---|---|
1227 감사노트 (2) | 2012.12.28 |
1211 감사노트, 말 한마디 (2) | 2012.12.11 |
1208 감사일기 (6) | 2012.12.09 |
1202 감사노트 (6) | 2012.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