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저물어간다. 난 늘 이맘 때 쯤이면 '한 해의 가장 큰 행복은 한 해의 마지막에서 그 해의 처음보다 훨씬 나아진 자신을 느낄 때이다' 라던 톨스토이의 말을 상기해본다. 그리고 올 해에 있었던, 작년과는 다른, 사건은 무엇인지를 짚어보는것으로 10대 뉴스를 선정하여 기록하곤 한다. 올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쩌면, 대선결과만 제외한다면, 내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스펙타클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자, 그럼 10대 뉴스를 한 번 시작해보자.
* 주의. 기분좋은 마무리를 하고싶어서 글 곳곳에 자기자랑(깔때기)를 심어두었다. 깔때기 조심! 잘난척 조심!
1. 토신토왕, 토익강의를 하다
영어점수가 워낙 출중하여(깔때기부터 들이대자) 친구 한명이 나에게 '토익의신 토익의왕' 이라는 뜻의 '토신토왕' 이라는 별명을 하사해주었다. 평상시에는 아무도 부르지 않은 별명이긴 하지만=_= 이 별명을 제대로 써먹을 기회가 있었으니 바로 올해 1, 2월 어학원에서 토익강의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던것이다. 강의라고 하기에는 좀 오버긴하지만... 여튼 그동안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는 많이 해봤어도, 성인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쳐 본적은 처음이었다. 나에게는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나와 몇 살 차이 안나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일은 보람차기도 했다.
2. 시 대표로 퀴즈대회를 출전하다
장난식으로 참여한 '퀴즈대회 예선' 에서 덜컥 붙어버려서 30:1 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시 대표로 <전국퀴즈선수권대회>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한 문제 맞추고 떨어져버렸지만...(하하하) 방송에는 그날 출연자중에 내가 제일 많이 나왔다.(하하하) 대기실도 쓰고, 분장도 받고, 작가들이랑 사전인터뷰도 하고... 이래저래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고, 돌이켜보면 가장 웃음이 나오는 추억이기도 하다.
3. 대기업 체험 3개월
주변 사람들에게 워낙 인정받고 있는터라, 지인의 소개로 3개월 간 회사생활을 하게 됐다. 일하게 된 곳은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하는 그 기업. 단기 계약직 신분이었지만, 동일한 장소에서 그들의 일과를 지켜볼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되었다. 삐까뻔쩍한 건물, 사내 복지차원의 훌륭한 점심식사, 다달이 나오는 월급... 좋았지만 그게 다였다. 출근시간만 유효하고 퇴근시간엔 적용안되는 8-5 출근제는 나를 수면부족의 상태로 몰고갔고, 매일같이 나오는 사내방송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으며(특히 회장님 찬양!), '일은 일일뿐' 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의 활기없는 모습은... 경험하지 못했으면 부러워할 뻔 했던 '대기업 직원' 들의 일상이었다. 2년 전에도 대기업 체험을 한적이 있었는데... 겪어본 바로는 글쎄, (여우의 신포도 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별로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대학 때 사무직 알바를 하면서 어떤 회사는 그만두는게 아쉬웠는데 이곳에서는 '여기서 나가고싶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으니까.
4. 청년창업프로젝트 1000 합격
3번의 회사생활은 어쩌면 '청년창업프로젝트' 에 도전하기 위한 모든 발판이 아니었나 싶다. 회사생활로 번 돈으로 나는 노트북을 샀고, 그걸 들고 카페에서 뻔질나게 사업계획서를 썼다. 회사생활의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 이 나를 창업같이 좀 더 '액티브' 한 활동을 하게끔 이끌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친구의 제안으로 반쯤은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5월의 휴가를 모두 이것을 위한 준비로 반납할만큼 나는 열정적이었고 처음 도전하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사업계획서 작성, PT면접 준비, 그리고 실제 면접으로 이어지는 피말리던 3개월. 하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보람찬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덕에 나는 사무실에 앉아, 서울시가 사주는 책으로 연구를 하고있다. 이얏호!
5. 폭염, 그리고 여름휴가
돌이켜보면 정말 견디기 힘든 폭염이었다. 나는 12시까지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 앉아있었으며, 집에 와서는 패기있게 옥상으로 올라가 돗자리를 깔아놓고 누워 자기도 했다. (물론 옥상문은 잠궜다) 그동안은 거실에서 자면 그래도 새벽에 이불을 찾곤 했었는데... 올해는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힘든 더위였다.
8월에는 동생과 함께 7번국도를 달리며 휴가를 보냈다. 우리는 포항, 영덕, 강릉 등으로 고루 거쳤고 바다에 빠져서 어린아이들처럼 파도를 타고 난리법석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9월에는 제주도 스쿠터여행을 갔다. 두번째로 가는 제주도, 여전히 아름답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게도 여행 전에 엄청난 태풍이 몰아친후로, 여행하는 동안에는 단 한번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6. 우쿨렐레 배우다
벼르고 벼르던 우쿨렐레. 드디어 샀다! 그리고 여름내내 튕기고 다녔다. 친구랑 가든파이브 옥상정원에서 연주하노라니 꼬마들이 몰려들어서 박수까지 쳐줬던 경험은 얼마나 즐거웠는지! 교본의 첫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달여만에 숙달할 수 있었다. <아기공룡 둘리> 와 <너에게난 나에게넌>은 나의 18번곡이 되었다. 내년 여름에도 우쿨렐레를 들고 공원을 어슬렁 거려 볼 참이다.
7. 비즈니스 영어클래스
1인기업이라 황량하기 그지없는 섬같은 생활을 하다가, '비즈니스 영어클래스' 에 들어가서 좋은 사람들은 많이 만났다. 장지연구원이 되어준 Isabel과 Ray, 짝궁 Jake, 동갑내기 선생님 Jeff 등등. 영어보다는 어째 술자리가 더 기억에 남는 만남이었지만, 인생에서 중요한것은 원래 영어보다는 술과 그것을 함께 기울일 수 있는 친구가 아닌가!
8. 죽마고우 베프의 결혼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중, 고등학교를 같이 나왔던 죽마고우 베스트 프렌드가 올해 결혼을 했다. 그래서인지 올해 유독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추억도 쌓았던것같아 많이 생각이 난다. 울 것 같아... 라고 했었는데 결국 눈물을 보이는 친구를 지켜보면서 나 역시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저 늑대같은 아저씨가 꽃같은 내 친구를! 은 아니고... 행복하고 예쁘게 잘 살았으면 한다. 그나저나 나 여기서 부케받았다.... 어떡하지?
9. 멘탈갑 연구활동
응?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멘탈갑 트레이닝 10부작이 야심차게 다 나와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난 내가 써놓은걸 볼때마다 너무 흐믓하고 자랑스럽다. 이런 생각을 하고, 이걸 실제로 옮기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트레이닝으로 다 만들지 못했지만 10대 주제를 가지고 계속해서 연구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차곡차곡 쌓이는 나의 데이터! 그리고 입만 열면 튀어나오는 연구의 흔적들. '내가 심리학 책에서 봤는데...' 는 어느덧 나의 입버릇이 되어가고만 있다.
10. 출판계약!
아........ 이것만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다. 그러니까, 이랬다. 나는 베프의 결혼식의 축의금을 내기 위해서...=_= 9월부터 알바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 날은 시간대가 맞는 어느 한 곳에서 면접을 보고 나오는길이었다. 나는 짧게 치고 빠지기 위해 영어교육쪽으로 일을 구했고, 그 날 면접을 본 곳은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보습학원이었다. 깐깐하게 생긴 원장님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고... 기대가 무색하게도 '초등학생을 가르쳐 본 경험이 없다' 는 이유로 까여 터덜터덜 거리를 거니는 중이었다.
걷다가 그 와중에도 배가 고파서 근처 분식집에서 쫄면을 시켰다. 쫄면이 나오는 사이, 늘 그렇듯 핸드폰으로 우리 '멘탈갑 연구소' 에 들어가 사람들의 댓글이 있나(댓글 좀 써주세요, 여러분 ㅠㅠ) 살펴보고 있었는데... 뙇! 방명록에 출판사 관계자 분이 글을 남긴것이 아닌가. 그때까지만해도 '친구 축의금도 못내고 내가 연구소를 차려서 무얼하나... 열라 처량하다 내 신세' 라는것이 속마음이었는데, 그 방명록글은 정말 드라마틱하게도 내 기분을 180도 upside down 시켜주었다.
그렇게 출판사 미팅을 하고, 계약서에 사인도 하고, 계약금이라는것도 받고(엄마한테 처음으로 당당하게 봉투를 던져주었다 ㅠㅠ) 지금은 내 인생의 '첫 책'을 작업하고 있는 중이다. 으헣엏엏어엉. 지금 생각해도 모든게 다 너무나 드라마틱하다.
12월이 오면서부터 '벌써 12월이야? 벌써 2012년 쫑이야?' 라며 빠른 세월에 움츠려 들곤 했었는데, 돌이켜보면 봄날에 갔던 벚꽃놀이부터 최근에 있었던 대선정국까지 하나같이 내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을 기억들이고 추억들이다. 사람이 있어 행복했고, 사람이 있어 즐거웠던 나의 2012년! 마지막은 고마운 사람들에게 special thanks to 를 남기는것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 김소장의 2012 Special thanks to.
엄마 사랑해요. 낳아줘서 고마워요. 동생아, 덕분에 올해도 많이 얻어먹었다. 내년에도 부탁한다. 친구친구친구 김감독님, 나와 같은 취향으로 내 삶을 응원해줘서 고마워. 보여준 뮤지컬도 진짜 너무너무 고맙고! (셜록홈즈 제일 좋았어, 진짜.) 죽마고우 베프 갱구야. 화분 사들고 사무실 개소 축하해줘서 진짜 감동이었다. 내가 '너의 친구' 라는게 늘 자랑스러워. 넌 진짜 인격적으로 존경할만한 사람이야. 매번 댓글로 나를 지지해주는 미주연구원 glide, 대선 후 내가 열받은 상태에서 너한테 '성격긁지마!!!' 라고 버럭했는데도 그저 웃어주어서 고마워. 그게 바로 내가 너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야. 시사회 프렌드에서 올해로 '담쟁이 프렌드' 로 거듭난 대학동기 양뿌도 고맙다. 너와 함께 '문재인!' 을 외치던 순간은 잊을수 없을거야. 시사회는 공짜영화일 뿐인데, 그거 데려간다고 나한테 꼬박꼬박 밥사준 풀양도 고맙다. 넌 진짜 대인배야. 마지막으로 나에게 '멘탈갑 연구소' 를 실제로 만들 수 있게끔 격려해주고 아이디어를 준 물만두 사랑한다. 올해의 나는 네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올해의 수확이라고 할 수있는 비즈니스 영어 멤버들. 처음 의기투합하여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이자벨과 레이, 고마워요. 당신들과 했던 첫 가을밤은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잊을 수 없을거야! 늘 커피한잔과 오레오를 대접해주는 제이크에게도 감사를. 강신주 강연 듣고 이어졌던 네버엔딩 수다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거에요. 그리고 작년의 수확이었던 스터디멤버들에게도 감사를. 자주 못만나지만, 올해 함께했던 서바이벌과 8090댄스는 잊지 못할거야. 으화호하ㅗ하ㅗ하ㅗ하ㅗ.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맺은 moon74님 고마워요. 나이는 어리지만 이야기할 때마다 속이 정말 깊은걸 느낍니다. 앞으로 크게 될거에요. 본인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아요! 그 밖에도 댓글로 기운을 불어넣어 준 6pence님, 스피노자님, 상희님, leeazi님, 보행자님, 와우님, 멘탈견습생님, 이현주님, Rochic님, 올리브님, dance22u님, 가을방학님, 소소한행복님, hailey님, gpsk님, 최강희님, s.j님, h.r님, 멘붕처자님, 아일랜드님, apricot님, 셰셰님, 어디로가지..님, 행동하는식성님, 노란새님.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지나가면서 남기고 간 그냥 하나의 댓글일지는 모르지만, 저에게는 늘 가슴벅차고 따뜻한 손 편지였어요. 저도 블로그를 통해서 꾸준히 누군가에게 따뜻하고 진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