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때로는 사람의 한 마디가 모든걸 견디게 한다.
1. 그러니까 이랬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알바타임. 나는 초딩을 앉혀놓고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고, 평소에도 장난을 많이 치는 이 초딩이 오늘따라 유난히 뻣대며 나에게 빡 to the 침을 선사하고 있었다. 성질같아선 머리에 혹이 잔뜩 나도록 뿅망치로 난타를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내 소셜 포지션과 인격을 생각하며 연실 보살미소를 지으며 가슴에 참을 인자를 새기고 있었다.
2. 아야! 그런데 이 망할...초딩녀석이 내 팔에 ㅡ마음 같아서는 내가 때리고 싶었는데!ㅡ 지 주먹을 강타하면서 깔깔대고 웃는것이 아닌가. 지딴에는 장난을 친다고 한 것이었는데, 보기와는 무척 연약한 피부조직을 지니고 있는 나로서는 갑작스럽게 당한 폭력에 외마디 비명을 지를 수 밖에는 없었다.
3. 요것봐라? 맘 같아선 헐리우드 액션 선 보이며 들어눕고 싶었지만... 사람된 도리로서, 성인된 자의식으로서, 함무라비 법전을 적용하여 '날 때리다니 너도 맞아봐라!' 하며 쌍심지를 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튼 그리하여 험난한 알바타임은 마무리가 되었는데...
힘들죠?
문득 원장님이 이렇게 말을 건네오는 것이 아닌가! 힘들죠? 힘들죠? 힘들죠? 그 따뜻한 표정과 말투, 억양이라니! 순간, 꼬마에게 당한 구타의 통증과 한, 아픔과 분노가 동시에 사그러듬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원장님... 당신은!
사람이 이렇다. 말 한 마디면 되는 것이다. 이놈의 더러운 알바 그만둬버리겠어, 이 망할꼬마도 가만 두지 않을거야! 라던 뿔난 마음에서, '그래 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됐다' 하게끔 만들어 준 원장님의 한 마디. 그 소중한 말 한 마디가 오늘의 나를 살렸다. 굳! 나를 배려해주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언제나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