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금요일밤은 비즈니스 영어 수업의 쫑파티가 있었다. 으이구, 재밌는 사람들! 밤을 꼬박새며 이야기의 꽃을 피우던 시간. 몸은 힘들지만 웃음이 끊이지않던 11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1. 토요일에는 작년 취업스터디를 함께 했던 멤버들과 송년회를 가졌다. 당시 시사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던 것과 모의면접을 봤던 얘기를 나누다가, "난 취업스터디 괜히 했어. 그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 없었는데." 라고 농을 건넸다. 현재로서는 취업한 몸이 아니니 그 때 취업스터디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네왔다. "그래도 우리를 만났잖아." 그래, 맞아. 너희를 만났지. 취업보다 훨씬 소중한 너희를. 순간은 웃고 말았는데 하루가 지나고보니 그 말이 참 찡하게 와 닿는다.
내친김에 종이를 꺼내놓고 내가 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일' , 그리고 그 일을 실패해서 할 수 있었던 '예상치 못했던 일' 을 한 번 적어보았다. 가려던 길은 아니었지만, 그 길에서 사람을 얻었고, 책을 읽었으며, 여행을 떠났다. 생각해보니 바랬던 일은 아니더래도 나는 내가 걸어온 곳에서 '바랬던 일' 만큼이나 소중한것들을 얻으며 살아왔던 것이다. 길을 잃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사건들, 추억들.
어느 길로 가든, 모든 길에는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내 지도대로 살아오지 않아서(못해서) 내 인생이 더욱 풍성해졌다는 사실을. 길을 잃고 헤맸기에 내가 기대하거나 예상치도 못했던 신기하고 재밌는 세상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는 것을.
울상으로 들어선 길에서 만난 사람들, 너무 고맙다. 기운쳐진 나를 위로해주고, 웃게해주고, 힘이 되어줬던 사람들. 그래서 다시 나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해줬던 사람들. 이제는 정말, 내가 원하는대로 혹은 내가 바라는대로 되지 않아도 자리에 주저앉아 마냥 울고 있지만은 않을 것 같다. 길을 걷다보면 우연이 필연이 되는 만남을 또 만날테니까. 그리고 그때가 오면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토닥이며 이렇게 말해 줄테니까. 울지마, 힘들어 하지마, 대신 우리를 만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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