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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탐사실/2012 감사노트

1127 감사노트

by 김핸디 2012. 11. 28.



0. 오랜만에 감사노트를 쓴다. 그동안도 '별일없이' 살았다. 주말에는 오락실에서 각종 게임을 휩쓸고, 대학로에 가서 뮤지컬을 봤다. 어제는 사무실에 출근해서 늘 그렇듯 책을 읽으며 연구를 했다. 사랑스러운 나의 일상이다.


그리고, 오늘은...


1. 프랑스 영화 <마린>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일단, 또 시사회를 다녀오게 된 것에 감사를. 영화는 갑작스레 동생을 사고로 잃은 언니의 삶을 그려낸다. 그런데 그 사고라는것이 정말로 급작스러웠다. 처음엔 그래서 무척 당황스러웠는데, 영화의 전개를 툭 끊고 들어가는 그 사고장면이야말로 진정으로 현실에서의 그것과 가장 닮아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사고라는게 어디 기존의 영화에서처럼 '왠지 사고가 날것 같은 분위기' 에서 관객의 마음을 졸이다가 일어나는 것이겠는가. 퇴근길에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그 순간,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일이 우리가 겪는 '청천벽력' 과 같은 사고의 모습일것이다.


갑자기 가족을 잃는다는것은 어떤 느낌일까. 영화 중간에 극중의 언니가 그런 말을 한다. '20년 동안 동생과 매일매일 수다를 떨어왔는데, 이 애가 너무 조용하니까 허전하다' 라고. 나에게도 여동생이 있기에 그 평범한 대사가 가슴을 치고 지나갔다. 매일매일 인사하고 당연히 내일도 볼거라고 생각하는 가족이 한 순간 내곁을 떠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문득, 곁에 있다는게 너무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가족의 존재가 사무치게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영화는 그럼에도 '희망' 을 잃지 않는다. 대니얼 길버트의 책을 읽었기 때문인지(그는 인간은 어떠한 나쁜 일을 겪고서도, 혹은 좋은일을 겪고서도, 결국은 본래 가지고 있는 행복 정도를 되찾는다고 말한다.) 가족구성원을 잃고도 웃을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게 우리의 삶이라는것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영화의 말미에서 그랬던것처럼, 사라지는것은 그 사람의 뼈와 재이지, 그 사람의 흔적과 기억은 아닌것이다. 사랑했던 마음과 진심은, 누군가가 떠난뒤에도 남는다. 


2. 나라는 인간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리고 감사할 점을 꼽아봤다. 일단은, 키가 큰것이 감사하다. 키가 커서 좋은점은 서점이나 도서관 가장 윗칸의 서고에 손이 자유자재로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나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데 가도 덜 답답하다. 특히 만원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들 머리에 파묻히지 않을 수 있다는건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언어영역에 재능이 있는것에 감사한다. 사람은 누구나 좀 발달된 분야가 있다. 난 수학, 과학에는 꽝이고 언어쪽에는 조금 재능이 있는 편이다. 하여,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에는 늘 '언어영역에 재능이 있으며' 라든가 '언어 영역 교과에 매우 흥미있어하고' 라는 선생님들의 증언이 있었다. 나는 수학, 과학보다 언어쪽을 잘하는게 좋다. 일단 내가 글을 읽는것과 쓰는것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고, 언어(영어)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고, 언어에 민감하여 감수성이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학생기록부 인증


마지막으로, 나의 활발한 성격에 감사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무척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지금도 노홍철류의 붕붕 뜨며 발랄한 스타일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딜가면 '분위기 메이커' 소리 들을정도로 밝은 편이다. 내성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의 장/단점이 분명 있겠지만, 나는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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