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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탐사실/2012 감사노트

1120 감사노트

by 김핸디 2012. 11. 20.

 

 

0. 데스크탑 인터넷이 맛이 갔다. 하루종일 안되다가 이제서야 접속. 으으, 열받는다. 사무실 열쇠를 안가지고 나와서 돌아와야만 했다. 추워죽겠는데, 열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펌프를 했다. 오락실에 있는 그 댄스머신. 나는 이걸 할때마다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Flow 상태를 경험한다.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몰입이란 '분명한 목표' 가 있고, '즉각적인 피드백' 을 받을 때 일어난다고 한다. 펌프는 레벨업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고, 한 곡이 끝날때마다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목표와 피드백! 완전히 자신을 잊는 물아일체의 경험을 너무 쉽게 도시 한복판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나의 레벨은 4수준(normal 단계), 난 이걸 내년까지 hard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펌프는 재미있는데다가 땀도 난다. 일종의 운동인셈이다. 그러니 내 어찌 이것을 멀리 할 수 있겠는가. 매주 한번씩은 오락실을 찾아 펌프를 즐기고 있다. 10대들이 많아서 좀 부끄럽지만, 나의 열두번째 좌우명 '쪽팔린건 잠깐이다' 를 되뇌이며 오늘도 난 오렌지캬라멜의 마법소녀에 몸을 맡긴다.

 

2. 내가 가르치는 학생중에서 굉장히 학습수준이 느린 아이가 있다. 어느 정도냐면 head를 3번 연습하고 바로 시켜보면 뜬금없이 hand라고 쓰는 식이다. 나는 이 아이에게 내가 배운 심리학의 기술을 도입하여 성적상승을 꾀하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 사람은 '못할 것 같다' 라고 생각하는 일은 정말 못한다. 아이가 단어를 계속 못 외우는것도 이러한 심리상태에 기반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먼저 아이에게 외울 수 있을만한 단어를 선택하게 했다. 외워야 할 단어가 10개라면 10개를 다 외우게 시키지 않고, 외울 수 있을만한 것을 본인 스스로 고르게 한 것이다.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아이는 쉬운 단어위주로, 그렇지만 양심상 5개 가까이를 선정했고 그 이후로부터는 단어를 맞추는 비율이 현저히 증가했다. 예전에는 1개를 맞출까말까 였는데, 이제는 본인이 선택한 단어는 거의 다 맞추는 실력향상을 보여준것이다. 

이것이 들어맞자 나는 EBS다큐프라임 <칭찬의 역효과> 편에서 본 내용을 상기하며 아이에게 능력이 아닌 노력을 칭찬해주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쉽게 '똑똑하네' '천재다!' 라면서 아이들의 '능력' 을 칭찬하곤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런 칭찬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담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는 아이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칭찬하였고, 그 결과! 공부라면 질색팔색을 하던아 이가 내일 볼 테스트를 준비한다며 스스로 책을 가져가 공부를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던것이다. 올레!

 

 

아....... 정말이지 이쯤되면 나는 몬테소리 혹은 피아제와 같은 아동교육의 달인이 아닌가.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도록 했다는 사실에 나는 흡사 앤 설리번이 된 것같은 감격에 젖어들었다. 내가 저 꼬마를 움직였어, 움직였다고! 

여태까지 수많은 중고등학생, 혹은 대학생까지 가르쳐봤지만 초등학생은 처음이라 내 능력을 반신반의했던게 사실이었는데... 나는 타율이 먹혀들지 않는 초등학생에게 내면을 자극하여 변화를 이끌어내는 신공마저 가지고 있었다. 흐흐흐. 해보기전에는 모른다더니, 김국진 말마따나 해보니까 내가 '초딩을 가르치는데도 소질이 있구나' 싶다. 기쁘다. 난 오늘 나의 숨겨진 재능 하나를 또 발견했다. Awesome!

 

3. 벤치에 앉아서, pale blue eyes를 들으며 일광욕을 했다. 겨울이지만 한낮의 햇살은 따사로왔다. 아, 좋다. 햇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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