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데스크탑 인터넷이 맛이 갔다. 하루종일 안되다가 이제서야 접속. 으으, 열받는다. 사무실 열쇠를 안가지고 나와서 돌아와야만 했다. 추워죽겠는데, 열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펌프를 했다. 오락실에 있는 그 댄스머신. 나는 이걸 할때마다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Flow 상태를 경험한다.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몰입이란 '분명한 목표' 가 있고, '즉각적인 피드백' 을 받을 때 일어난다고 한다. 펌프는 레벨업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고, 한 곡이 끝날때마다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목표와 피드백! 완전히 자신을 잊는 물아일체의 경험을 너무 쉽게 도시 한복판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나의 레벨은 4수준(normal 단계), 난 이걸 내년까지 hard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펌프는 재미있는데다가 땀도 난다. 일종의 운동인셈이다. 그러니 내 어찌 이것을 멀리 할 수 있겠는가. 매주 한번씩은 오락실을 찾아 펌프를 즐기고 있다. 10대들이 많아서 좀 부끄럽지만, 나의 열두번째 좌우명 '쪽팔린건 잠깐이다' 를 되뇌이며 오늘도 난 오렌지캬라멜의 마법소녀에 몸을 맡긴다.
2. 내가 가르치는 학생중에서 굉장히 학습수준이 느린 아이가 있다. 어느 정도냐면 head를 3번 연습하고 바로 시켜보면 뜬금없이 hand라고 쓰는 식이다. 나는 이 아이에게 내가 배운 심리학의 기술을 도입하여 성적상승을 꾀하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 사람은 '못할 것 같다' 라고 생각하는 일은 정말 못한다. 아이가 단어를 계속 못 외우는것도 이러한 심리상태에 기반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먼저 아이에게 외울 수 있을만한 단어를 선택하게 했다. 외워야 할 단어가 10개라면 10개를 다 외우게 시키지 않고, 외울 수 있을만한 것을 본인 스스로 고르게 한 것이다.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아이는 쉬운 단어위주로, 그렇지만 양심상 5개 가까이를 선정했고 그 이후로부터는 단어를 맞추는 비율이 현저히 증가했다. 예전에는 1개를 맞출까말까 였는데, 이제는 본인이 선택한 단어는 거의 다 맞추는 실력향상을 보여준것이다.
이것이 들어맞자 나는 EBS다큐프라임 <칭찬의 역효과> 편에서 본 내용을 상기하며 아이에게 능력이 아닌 노력을 칭찬해주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쉽게 '똑똑하네' '천재다!' 라면서 아이들의 '능력' 을 칭찬하곤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런 칭찬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담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는 아이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칭찬하였고, 그 결과! 공부라면 질색팔색을 하던아 이가 내일 볼 테스트를 준비한다며 스스로 책을 가져가 공부를 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던것이다. 올레!
아....... 정말이지 이쯤되면 나는 몬테소리 혹은 피아제와 같은 아동교육의 달인이 아닌가.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도록 했다는 사실에 나는 흡사 앤 설리번이 된 것같은 감격에 젖어들었다. 내가 저 꼬마를 움직였어, 움직였다고!
여태까지 수많은 중고등학생, 혹은 대학생까지 가르쳐봤지만 초등학생은 처음이라 내 능력을 반신반의했던게 사실이었는데... 나는 타율이 먹혀들지 않는 초등학생에게 내면을 자극하여 변화를 이끌어내는 신공마저 가지고 있었다. 흐흐흐. 해보기전에는 모른다더니, 김국진 말마따나 해보니까 내가 '초딩을 가르치는데도 소질이 있구나' 싶다. 기쁘다. 난 오늘 나의 숨겨진 재능 하나를 또 발견했다. Awesome!
3. 벤치에 앉아서, pale blue eyes를 들으며 일광욕을 했다. 겨울이지만 한낮의 햇살은 따사로왔다. 아, 좋다. 햇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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