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돈 벌어서 뭐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제. 동생 생일이라고 가족끼리 정말정말 오랜만에 외식, 그것도 소고기 외식을 나섰다. 엄마가 맛집이라고 알아놔서 무려 여의도까지 갔는데 먼길 간 보람이 있었다. 토시살이라는걸 처음 먹어봤는데 크, 흐얽, 크, 으얽, 정말이지 어찌나 맛있던지. 자주 못 먹기에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것 같은 소고기. 주말의 만찬은 그래서인지 더할나위없이 훌륭했다.
1. 옷을 샀다. 정확히 말하면 동생이 산건데, 동생건 내꺼니까, 뭐. 으헝헝헝.
2. 안영미. 강유미. 김미려. 이국주. 코미디빅리그라는 프로그램에 꽂혀서 연달아 감상했다. 저 네명의 개그우먼덕에 너무 웃어서 광대가 다 아플 지경이다. 학창시절엔 농담을 곧 잘해서 친구들로부터 '나중에 개그맨해라' 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는데, 개그맨의 아이디어와 연기력에는 그저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할 뿐이다. 늘 얘기하는 거지만, 이 사람들은 정말 천재같다, 천재.
3. 영화 후아유 ost. 내가 좋아하는 한국영화 중 하나인 <후아유> ost를 오랜만에 틀어놓고 책을 읽는데, 여전히 변함없이 좋다. 조승우가 불러주는 기타 라이브와, 불독맨션의 사과,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까지. 좋은 영화는 음악과 함께 두고두고 기억되는듯 하다.
4. 오랜만에 피아노를 쳤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중에 하나가 대학교 2학년때인가, 코드로 피아노를 배운것이다. 아는 언니한테 토요일마다 1시간씩 레슨을 받았었다. 한시간 코드배우고 일주일동안 연습해가고, 한시간 코드배우고 또 연습해가고. 그 때 언니는 '너 진짜 많이 늘었다' 라는 말로 하산명령(?)을 내렸고, 그 이후로 나는 능숙하지는 않지만 왠만한 곡들은 다 연주할 줄 안다. 오늘은 축복송을 반복해서 쳤다. '때로는 너의곁에 어려움과 아픔있지만~' 피아노를 치는 순간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즐겁다. 그건 내가 잘쳐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지금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다.
5. 아기의 미소. 교회에서 매주 만나는 아기가 있다. 정말정말 귀엽고, 무지무지 깜찍하다. 나는 그 아이랑 눈을 마주칠때마다 무척 행복해진다. 오늘은 귀여운 개구리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나타나서 나를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세상에! 너는 어쩜 이렇게 귀여운거니! 가만히만 있어도 빛이나는건 비단 티비 속 아이돌뿐만이 아니다. 나는 아기를 볼 때마다 넘쳐나는 옥시토신 분비에 어쩔줄을 모르겠다. 누가 그런 얘기를 했다. 아무리 멋진 포르쉐도 일요일 아침 배 위로 기어 올라와서 '엄마 아빠 사랑해요' 라고 말해줄 수는 없는거라고. 난 엄마는 아니고 포르쉐를 몰아본적은 더더욱 없지만, 적어도 자동차일지라도 아기의 미소와는 바꿀수는 없을거라고 확신한다. 귀여운 아이를 꼬옥 안고 있노라면, '이 아이를 세상끝까지 지켜주겠다' 하는 의연한 결의같은게 생겨나니까. 나는 그게 강신주가 말했던 '사랑하면 힘이 생긴다' 라는 명제의 방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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