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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극복실/멘탈붕괴의 현장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Mary and Max>의 Mary (스포일러 포함)

by 김핸디 2011. 12. 16.

인상적인 영화 한 편을 보고 왔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애니메이션 <Mary and Max>입니다. 주인공은 호주에 사는 소녀 메리. 그녀는 못생겨서 놀림당하고, 엄마로부터는 "너는 실수였어"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랍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의기소침하고 무언가에 억눌려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메리는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 사는 맥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요.

편지를 받은 맥스도 사실은 외로웠습니다. 그는 비만치료를 받고 있었고, 사랑이나 로맨스라는것은 상상도 해본적없는 40대의 남자였으니까요. 친구가 없어서 상상 속 투명인간과 함께 지내고, 만화 캐릭터인형을 모으며, 
금붕어를 키우던 그는 메리의 편지에 반색하며 답장을 보냅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둘의 관계는 메리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할때까지 이어집니다. 서로의 편지로 두 사람은 삶의 활력을 되찾기 시작하고, 특히 메리는 '아스퍼거 증후군' 을 앓고있는 맥스 덕분에 정신의학 분야를 연구하여 어린 나이에 책을 출간할 정도로 명성을 쌓습니다. 그러나, 메리가 자신을 대상으로 책을 쓴다는 사실을 접한 맥스는 분노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흔히 느끼는, 나와 당신만의 '특별한 관계' 를 다른 사람들 앞에 모두 떠벌릴때 느끼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겠죠.

인생에서 가장 좋은 친구이자, 남편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친구였던, 맥스에게 버림받은 메리는 삶의 의욕을 상실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마저 폐인이 되어가는 메리를 보다못해서 떠나버립니다. 남편과 맥스, 어쩌면 메리 인생에서 전부였던 사람들이 모두 메리를 떠나버리자 메리는 자살을 시도합니다. 아래 영상은 바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메리가 집에서 삶의 끈을 놓고자 하는 장면입니다.




정말 가슴이 아픈 장면입니다. 메리는 사실 부모님으로부터 전혀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맥스가 있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남편을 만났죠. 하지만 불현듯 동시에 두 사람이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겁니다. 전부라고 믿었던 세계의 붕괴. 메리는 그래서 죽음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 메리는 죽지 않습니다. 죽었다면, 멘탈갑 연구소에서 다루지 않았겠죠. 그녀는 결국 맥스와의 관계를 회복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는 이유로 죽고싶다면, 죽어 버리려는 용기가 있다면, 사실 그 용기를 가지고 그 사람을 다시 돌려세우기 위해 노력하는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지요. 물론, 그게 쉽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메리는 맥스를 설득하거나 그를 찾아가 대화를 시도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맥스에게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아주 힘겹게 보냅니다. 통조림 뒤에 써진 한 마디, I'm Sorry. 굉장히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한 마디에 맥스는 메리를 용서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메리는 다시 활력을 되찾죠.

실화라서 더욱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정말로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얽혀서 너무 힘이 든다면, 진심을 담아서 내가 먼저 사과의 한 마디를 건네 보는것은 어떨까요. 며칠 전 친한 친구와 한 바탕 싸우고 나서 굉장히  힘들어 하던 제 동생이, 결국 그 친구의 집까지 찾아가 사과를 건네는 것을 보고 저는 무척 감동했습니다. 저런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관계를 쌓아올리는 정성에 비해, 무너지거나 훼손된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데는 얼마만큼의 노력을 들이고 있는걸까요.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들과의 관계와, 견고한 우정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끔 하는 영화였습니다. 





정말 감동적인, <Mary and Max>의 마지막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