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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극복실/멘탈붕괴의 현장

또 떨어졌어, <메리대구공방전>의 황메리

by 김핸디 2011. 12. 15.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위한 응원가,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절대긍정의 소유자, 유쾌발랄 메리메리 황메리(이하나 분)입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멘탈붕괴의 시간은 찾아옵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루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메리. 하지만 '오디션' 이라는건 원래 붙는 사람보다는 떨어진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죠. 친구로부터 1차 오디션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는 그녀, 좌절에 몸부림치며 계단을 터벅터벅 걷습니다.
  




지난번에 오디션 발표 언제나니?
야, 벌써 났지. 넌 1차에서 떨어졌더라.
... 재능도 없고, 직업도 없고, 남자도 없고... 살기 싫어.





결국, 집에 와서 유서를 쓰기 시작하는 메리. 유서 황메리 라고 쓰는 종이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유서를 써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한 번은 유서를 작성해본적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아무말도 못하고 종이만 쳐다보는데도 눈물이 멈추지를 않더군요. 결국 종이를 휴지삼아 눈물 콧물 닦고나서야 마음을 좀 진정시켰던 기억이 납니다. 여튼, 우리의 메리메리도 유서를 쓰자니 눈물이 앞을 가리고, 아직 꽃도 피지 못한 자신의 인생에 가슴이 쓰려옵니다. 





오늘 문득, 내가, 쓸모없는 존재라는것을 느꼈습니다. 그 무엇도 가진게 없고, 그 무엇도 나눠줄게 없고, 재능없이 열정만 뜨거워 고통에 몸부림치던 한 여자가 떠납니다. 내가 떠난다고 진심으로 울어줄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모두들... 안녕.

사르트르가 이렇게 말했었죠. '자신이 꼭 필요한 인간이라고 느끼는 자는 누구라도 더러운 자다' 라고.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꼭' 필요하진 않을지라도 가치있는 존재입니다. 그것을 믿을 수 없을때, 아무도 나를 필요로 여기는것 같지 않을때 이렇듯 좌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메리의 유서 중 특히 '내가 떠난다고 진심으로 울어줄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정서에서 나온것이겠죠. 






하지만, 우리의 메리메리 황메어리! 그깟 떨어짐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식욕이 있거든요! 본능인거죠. 이런 말이 있습니다. 눈물은 아래로 떨어져도 밥 숟가락은 위로 올라간다. 메리는 좌절의 순간에 울고불고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비극의 여주인공' 이 되었다가,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밥 먹어라' 소리를 듣고 저렇게 쪼르르 달려가 계란말이를 입에 넣고 웃습니다. 아, 저 쿨함! 멘탈갑이란, 이런거죠. 늘 웃을수는 없지만, 엉엉 거리고 울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맛있는 것을 입에넣으며 웃을 수 있는 저 정신!

따뜻한 밥이 들어가면 사람이 긍정적이 됩니다. 그러니 우울하고 좌절스러울때 맛있는 밥 한끼 먹어보면 어떨까요. 맛있는 식사, 식욕에 대한 본능은 '내가 가치있는 사람인가' 를 넘어서는 나의 존재이유입니다. 그러니 오디션 떨어졌어도, 면접 떨어졌어도, 술 대신 밥 한 숟가락을 입에 털어넣으며 스스로를 달래봅시다. 우리의 입안에 따뜻한 기운이 퍼져온다면, 멘탈붕괴의 순간에도 메리처럼 이겨낼 수 있을테니까요. 멘탈~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