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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갑추구실/멘탈갑 트레이닝

[멘탈갑 트레이닝] #3. 실수(2)

by 김핸디 2012. 10. 11.

 

 

 

 

먼저 한 심리학 실험을 보겠습니다. 이 실험은 두 명을 짝지어 한 명에게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려 어떤 노래를 연주하게 하고, 다른 한명에게 그 노래가 무엇인지를 맞추게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흥얼거릴수도 없고 오로지 손가락 연주로만 상대에게 그 곡을 전달해야만 하는 것이었지요. 이런식으로 여러번 반복해서 테스트를 했습니다. 정답을 맞춘 비율은 몇 %였을까요? 겨우 2.5%였습니다. 그런데 재밌는것은 실제 정답비율과는 무관하게 손가락으로 연주를 했던 학생들이 예상한 정답 확률은 최소 50% 이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것일까요? 여러분이 직접 손가락으로 '떴다떴다 비행기' 같은 노래를 연주해보십시오. 아마 손가락 연주만으로 머리속에 가락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노래인지 이미 알고 시작하는 연주자와 아무 소리없이 손가락의 두들김만으로 알아채는 상대와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내가 그 가락을 떠올릴 수 있으므로 상대방도 쉽게 그것을 떠올릴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리고 이 '자기중심성' 에서 비롯된 착각에서부터 오늘의 실수가 나오는 것이지요.

 

 

 

 

`하나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여기 부부가 있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이렇게 묻죠. "오늘 외식할까?" 남자는 대답합니다. "아니. 그냥 집에서 먹자" 그러자 여자가 기분이 확 상해서 토라집니다. 아마 여자분들이라면 이 아내의 기분에 다들 공감하실겁니다. 반면, 남자는 질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대답했을 뿐인데, 여자가 화를 내니까 황당합니다. 하지만 여자의 "오늘 외식할까?" 라는 질문에는 사실은 '나 오늘 너무도 힘들고 우울하니까 근사한 식당에 가서 기분 전환 좀 시켜줘' 라는 속내가 담겨있었던것이죠.

 

 

이처럼 우리는 이야기를 할 때, 상대가 '나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상대는 굳이 말로 하지 않으면 나의 기분을 도통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촛불로 장식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낸다해도 직접적으로 '좋아한다' 라고 말하지 않으면 나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할 수 있고, 아무리 그 직책을 맡고 싶다고 강한 관심을 표현해도 '그 프로젝트를 맡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이상 상사는 내 의도를 알아채리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말로 하기보다는 상대가 나의 마음을 그저 알아주기를 바라는것일까요. 그것은 말을 내뱉을때의 상대방의 반응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고백한다고 모두 YES라고 대답하거나, 하고자 하는 의사를 내비쳤을 때 상대편이 늘 YES라고 말하며 기회를 주지는 않지요. 그렇기 때문에 굳이 말로 해서 결과에 상처입기 보다는 '알아줬으면' 하고 상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알아챌 확률은 2.5%인데 혼자 50%이상으로 알아채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착각이 위험한 이유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화시킬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길거리에 서 있는데 어떤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곳은 금연구역인데다가 담배냄새가 싫은 저는 그것이 몹시 불쾌합니다. 그래서 그를 쳐다보며 눈길을 주죠. '금연구역인것도 모르나? 내 찡그린 얼굴 보면 담배냄새가 싫다는것도 모르나?' 하지만 그런 생각만으로는 그 남자의 행동에 결코 변화를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것은 "저기요, 여기 금연구역인데요." 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 남자가 담배를 끄던지 그곳을 떠나든지 할 것입니다. 말하지 않는다면? 계속 찡그린 채 담배 연기를 마셔야 한다는 것 뿐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거절당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조금씩 더 솔직해 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마음을 직접적으로 말하면 첫째, 상대가 오해할 일이 없고 둘째, 어떠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솔직해진다는것이 건방지거나, 요구가 지나치거나 하는것과의 동의어가 되서는 안되겠지요. 우리는 보다 세련되고 융통성있게 이런식으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솔직해지는것은 그에 따른 댓가를 유발합니다. 사람들의 거절과 반응에 직접 부딪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억합시다. '짬뽕을 먹고싶다' 라고 지금 말하지 않는다면, 평생 짬뽕을 먹고 싶어하면서도 늘 짜장면만 먹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상대는 내가 아무리 짬뽕을 좋아한다고 눈치를 줘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억지로 짜장면을 먹으며 '난 사실 짬뽕을 먹고싶었는데' 라고 투덜대는 것이 아니라, '난 짬뽕을 먹고 싶다' 라고 당당히 외치는 일, 그 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