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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갑추구실/멘탈갑 트레이닝

[멘탈갑 트레이닝] #2. 불안(2)

by 김핸디 2012. 10. 3.

 

 

 

자, [멘탈갑 트레이닝] 불안 편 2탄. 이제는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불안은 나 자신을 믿는데서 사라진다

 

철학자 디오게네스 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알렉산더 대왕이 그를 찾아와서 이렇게 물었죠. "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보시오. 내가 그것을 들어주리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심드렁한 얼굴로 이렇게 말합니다. "비켜주시오. 당신이 가리고 있는 햇볕 좀 쐬게." 디오게네스는 어떠한 것도 욕망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을 비추고 있는 햇빛에 감사하는 인간이었지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상대에게 어떤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에게 알렉산더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었던 거죠. 따라서 그에게 원하는 것 또한 없었던 겁니다.

 

 

 

 

 

디오게네스는 물론 가진게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인간이었지요. 그래서 모든 것을 가진 알렉산더 앞에서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인의 불안은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물음에서 옵니다. 그래서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좋은 학벌, 좋은 직장, 좋은 외모' 등을 선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끊임없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는 약자의 삶입니다. 모든것을 갖췄다고 생각한 순간 '근데 너 이건 없네?' 라고 한 마디만 던지면 다시 무너져버릴 허약한 내면이지요.

 

 

여기, 두 가지 생각의 갈래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갈래를 택하시겠습니까?

 

 


 

후자의 갈래를 선택한 사람들이 자존감이 있는 사람입니다. 남들이 뭐라하든, 나에게 어떤 상황이 오든, 흔들리지 않고 내 자신을 지켜 낼 수 있는 힘이 자존감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것일까요?

 

자존감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첫째,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는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 둘째, 무언가를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기 확신. 전자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관계' 입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존재 자체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죠. 내가 예쁘게 생겼다거나, 공부를 잘해서 사랑받았던게 아닙니다. 그저 밥을 먹고 똥을 싼다는 자체 하나만으로 우리의 부모님과 친지들은 내게 아낌없는 사랑을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될수록 사람들은 '조건부 사랑' 에 익숙해집니다. 내가 예뻐야만, 내가 돈을 많이 벌어야만, 내가 사회적지위가 높아야만, 나를 사랑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것이라고 믿는 것이지요.

 

물론, 속물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조건부 사랑' 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여전히 내가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나라는 인간 자체로 받아주고 이해해 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부모님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지요.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쌓는것이 자존감의 첫번째 요소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주변의 내가 아끼는 그 사람들. '직업이 없어도, 학교를 못 나왔어도, 돈 한푼 못벌어도' 여전히 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지를.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분명 당신 주변에 당신을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해도, 지금 하고 있는것을 하다가 완전히 망해도, 사회적으로 무시를 당해도, 그래도 여전히 나를 사랑해주고 믿어 줄 사람이 있다는 거.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둘째, 무언가를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기 확신. 이것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나옵니다. 종이를 꺼내놓고 자신이 여태까지 했던 모든 성취경험과 실패경험을 써 보세요. 만약, 성취경험이 없다면, 실패경험만으로도 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건 실패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걸 배웠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쓰는 겁니다. 분명히 있습니다. 자기가 잘하는 거. 자기가 못해도 열심히 한 거. 그런것들을 살펴보는것이 자기 자신을 믿는 데 큰 자산이 되어줍니다. 성취경험에서는 내가 그것을 왜 성취했는지, 어떻게 이룰 수 있었는지를 들여다보세요. 그것이 자신이 가진 힘이고, 앞으로 어떤일을 할 때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일 것입니다.

 

 

2. 불안은 관점을 넓히는데서 사라진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지나고나면 별 것 아닌것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내가 불안할 때는, 하나의 일에 너무 집중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어떠한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 우리는 오직 그것만을 생각합니다. 그것을 성공하느냐 마느냐가 나의 삶의 전부인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발표 그거, 한 번 못했다고 크게 잘 못되거나 하는거 아닙니다.

 

살아가는데 우리가 필요한 능력은 수천, 수만개입니다. 공감하는 능력, 유머감각, 요리 실력, 성실함, 도덕성, 글쓰기 능력, 협상 능력, 분위기 띄우는 능력 등등등...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쉽게 '성적' '재산' '직업' 등의 몇 가지 잣대만을 바라보고 그것이 전부인양 행동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공부 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난 공부를 못하니까 못난 인간이야' 가 아니라 '난 공부는 못하네' 라고 빨리 인정을 하고 다른 장점을 찾아보세요. '공부는 못해. 그런데 달리기는 잘하잖아.' '공부는 못해. 그런데 얼굴은 예쁘잖아.' 이런식으로 관점을 넓히면 일일히 어떤 기준에 맞춰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그 기준에 미달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마음도 사라지겠지요.

 

알랭 드 보통은 이를 위해서 예술을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예술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것이 돈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끝없는 도전을 했던 <노인과 바다>의 노인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한심한 영감' 이 아니라 '위대한 인간' 을 마주한 감동입니다. 이런식으로 우리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수십, 수백개의 가치를 예술을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이라는게 꼭 거창한건 아닙니다. 소설이나 매일 같이 접하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우리는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하나뿐이 아니라는걸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캐릭터를 하나 소개할까요. 2002년 방송되었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 고복수입니다. 그는 가난하고, 전과자에, 가방 끈도 짧고, 돈도 없습니다. 그의 프로필만 본다면 사회는 그를 무시하고 격리할 수 있겠죠. 하지만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그의 '사회적 지위' 가 아니라 인간됨을 보고 누구나 그에게 빠져듭니다. 고복수는 전과자지만 전과자만은 아니고, 가난하지만 가난한지만은 않은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 인것이지요. 이런 드라마를 본 사람은 사람의 가치를 하나의 척도로만 평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가진거 없어도, 죄를 지었어도, 존경스럽고 사랑할만한 사람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거, 그 가능성을 생각하면 우리 자신이 속물에서 벗어날 수 있음과 동시에 속물들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워질수 있습니다.

 

 

 

3. 불안은 내가 할 수 있는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데서 사라진다

 

현대는 성과주의 시대입니다. 능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가 현 시대의 모토나 다름없지요. 하지만 어떠한 사람이 능력이 있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 있고,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누구는 태어나자마자 이미 대기업의 후계자 자리가 예약되어있지만, 누구는 집안의 가장으로 내몰리는게 현실이니까요.

 

한 사람의 성공에는 집안, 교육환경, 시대, 만나는 사람 등등과 같이 수많은 '우연적' 요소들이 개입됩니다. 소 팔아서 대기업을 일군 정주영 회장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저 비정규직으로 머물렀을 확률이 높겠죠. 유튜브가 없는 시대였더라면 싸이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힘들었을것이고요. 이렇듯 우리 삶에는 수많은 우연적 요소가 맞물리기 때문에, 우리의 능력만으로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제가 취업을 준비할 때, 토익점수가 높아서 왠만한 공기업은 다 서류통과가 됐습니다. 그런데 무역관련된 공기업,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공기업은 서류조차 안되더군요. 솔직히 가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서류통과는 되겠지... 하고 지원했던 지라 '왜 안돼' 하고 뾰루퉁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 얘기 들어보고 '이건 안되는 게임이구나'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들 스펙이 너무너무 높은겁니다. 토익점수는 기본이고, 토플 점수에, 미국 유학에, 아주 난리였습니다. 물론 제가 그 기업에 정말로 가고싶었더라면 더 노력할 수는 있었겠죠. 하지만, 이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 보다 잘난 누군가가 있으면 승부가 안되는 게임입니다. 내 능력과는 상관없이, 누군가가 외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왔다면 이미 게임이 성사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죠.

 

이렇듯 우리 삶에는 분명히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결정지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기저율에 대해서 한 번 말씀을 드렸었지요. 내가 아무리 공부를 피터지게 해도,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1만 명의 학생들이 있다면 나는 SKY에 가지 못하는겁니다. 100점 만점에 99점을 맞아도 100점이 1만명이면 나는 입학을 못하는 것이지요. 반면, 내가 50점을 맞아도 남들이 49점만 맞으면 나는 SKY에 가는 것입니다. 내가 99점을 맞거나 50점을 맞는 내 노력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어떤 일들은 벌어진다는 것이지요.

 

'88만원 세대' 인 20대로 태어난 거,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의 국가인 거, 사회안전망이 낮아서 명퇴 당할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한 거, 이런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물론, 우리의 권리인 선거를 통해 더 나은 정치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모든 '불안' 을 제로화 시키기에는 불가능하다는 얘기이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불안하지 않을 것인가' 를 생각하며, 남과 경쟁하고, 저축하고, 죽도록 일만하고, 하는것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회사가 망할 수 있고, 남들과 죽어라 경쟁해서 1위를 해도 그 자리에 머물러있을 수만은 없으며, 저축을 열심히해도 몸이 아프면 말짱 꽝입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하면 불안하지 않을까' 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를 고민해야 합니다. 돈 못 벌어도 내가 하고싶은거 한 번 해보고, 가진 거 없어도 남들 좀 도우면서 살고, 시간내서 지금 아니면 또 못볼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주고. 이 시대엔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보세요.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다,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