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는 학교에 거의 안나옵니다.
- 학교 안가고 어디가는데?
- 바다 가야지.
- 바다는 와?
- 시 쓰러.
영화 <애자> 中
후회 잘 안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몇 가지 후회를 하곤 하는데, 하나가 '괜히 SKT로 아이폰 개통했다' 이고(와이파이가 안터져요 ㅠㅠ), 또 다른 하나가 '고등학교 때 좀 날라리로 살아볼 걸' 입니다. 뭐, 사실, 고등학교 때 모범생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스타일이었냐면, 전교에서 제일 까부는 애, 시끄러운 애 이런 이미지였어요. 체육대회하면 맨날 앞에나가서 응원단장하고, 장기자랑할때도 꼭 빠지지 않는 그런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래도, 순했습니다. 학교 자체가 얌전했거든요. 소위 말하는 '날라리' 의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냥 좀 꾸미고 다니는 애들이 있었다면 있었달까요. 그래서 저도 참 착했습니다. 당연히 술, 담배 입에도 안대봤고, 19금 영화도 안 봤지요. 그럼에도, 고등학교 때 두번 정도 크게 혼났습니다. 한번은 2학년 때 학생주임선생님한테 대들어서 교무실로 불려갔었고, 또 한번은 3학년 때 야자 땡땡이치고 친구랑 놀다가 담임선생님한테 깨졌었지요.
떠든다고 교무실로 불려간건 뭐 셀수도 없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대놓고 "너만 조용하면 우리반은 다 조용하다" 라고 말했을 정도였지요. 그래서 그때는 얌전하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은 조신하고 모범적인데, 왜 나만 이렇게 주책떨다가 혼나는걸까. 같이 웃을때는 언제고, 왜 나만 혼내냐, 치사하게... 뭐 이런 생각도 했었더랬습니다.
하지만, 참 성인이 되고보니, '좀 더 공부할걸' 이 아니라 오히려 그 때 더 지르지 못한게 후회됩니다. 무단으로 결석 좀 해볼걸, 가출도 한번 해볼걸, 진흙탕에서 개싸움도 한번 해볼걸, 머리 스타일 좀 파격적으로 해볼걸, 지금 보면 너무너무 촌스럽고 민망할 정도로 치기어리게 살아볼걸, 왜, 그 때부터 그렇게 철들어서. 갑갑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 모든것에 순응하며 살아왔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노라면 지나버린 인생이 조금은 슬프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 나이때는, 그 나이에 맞는 삶이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0대가 아니면 언제 그렇게 철딱서니 없는 짓을 해보고, 부모님 속을 썩이고, 선생님한테 대들고, 친구들을 꼬셔서 바보같은 짓들을 해보겠습니까. 10대니까 그래도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요. '철 없음' 이 면죄부가 되는 나이요. 혹시, 30대가 되면 또 20대에 더 지르지 못했던것을 후회하게 될까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면, 역시 해보고 후회하는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이 젊어지는 방법은 단 하나, 어렸을 때 했던 바보같은 짓들을 다시 해보는것이다. 라는 말이 있지요. 10대는 지났지만, 다가올 30대에는 20대를 후회하지 않도록, 좀 더 무모하고 패기있게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쳤어, 소리 좀 들어보면서. 너 언제 철들래? 소리도 지겹게 들어보면서. 세상에 너무 일찍 길들여지면, 나중에 나이들어서 너무 서글플것 같아요. '내가 그 때 왜 그랬지?' 하면서 머리 뜯으며 할 후회도 없으면, 에이, 인생 너무 심심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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