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 살면 행복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하와이에 산다고해서 행복할까요? 사실 이 질문은 우스운것입니다. 단순히 '하와이에 산다는 것' 이 인생의 행복을 '보장'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 여유로운 사람들, 관광지 특유의 활기만을 생각하고 '하와이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곤 합니다.
주인공은 하와이에 거주하는 맷(조지 클루니 분)입니다. 그는 영화의 초반부에 이런 생각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하와이에 산다는 이유로, 왜 사람들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덜 불행하고 덜 아프고 덜 힘들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의 삶이 파라다이스일것이라고? 천만에! 서핑을 해본지는 15년이 지났고 나는 지금 코마상태에 빠진 아내를 간호하고 있는 중이다."
영화는 이렇게 우리가 '그럴것' 이라고 지레 짐작하는것을 뒤집으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 내내 '그럴것' 이라는 우리의 예상들을 뒤집어 놓습니다. 착하고 헌신적인 아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남편 몰래 바람을 피웠고, 첫째딸의 일탈을 이유없는 사춘기적 반항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는 엄마의 외도사실을 알고 괴로워하고 있었으며, 딸이 데려온 멍청하고 예의없는 녀석도 알고보면 똑똑하고 따뜻한 구석이 보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이 영화를 까도까도 속에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는 러시아의 민속인형 '마트로쉬카' 에 비유하기도 했지요.
영화의 주인공 맷은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맞딱뜨릴때마다 당황합니다. 아내가 죽는다고? 내 아내가 다른 놈하고 바람을 피웠다고? 내 딸과 아내는 그것때문에 싸웠던거라고? 내가 지금 팔려고 하는 땅이 아내와 바람핀 놈의 손에 간접적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단면만 보고 있던 그에게 속속들이 드러나는 입체적 현실들은 그를 짓누르고, 맷은 그 상황들이 버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는 부딪쳐 나갑니다. 아파 누워있는 아내에게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도 마음이 많이 상한 딸을 격려하고, 딸의 남자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같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어봅니다. 아내와 바람을 핀 놈팽이를 만나서 '니 인생을 망쳐버릴 수 있다' 라고 협박하면서도 그 놈팽이의 아내가 정작 그 사실을 알게되자 그녀를 다독여줍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당면한 그 모든 문제들을 부딪쳐 이겨내면서 그는 아내를 사랑으로 보내주고, 자신의 곁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돌봅니다.
영화는 결국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는것이 알고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있다' 라는 현실에서 맞딱뜨리게 되는 삶의 비극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여다 본 실제 현실이 꼭 나쁘게만 흘러가는것은 아니다' 라는 삶의 관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이 사람은 이럴것이고, 저곳에 산다는것은 저런 느낌일것이고, 그것을 이루어낸다면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될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것들중에, 도대체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요?
사랑하는 가족, 연인, 그리고 친구들까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사실은 내가 생각하는것과는 매우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힘겨워보일지라도 삶을 성숙시키는 일이라는것을 이 영화는 깨우쳐줍니다. 백발이 성성해도 너무나 멋진 배우 조지 클루니와 <사이드웨이>,<어바웃슈미트>등의 작품으로 이미 거장반열에 들어있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생각할 거리가 아주 많고 따뜻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멘붕극복실 > 힐링시네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힐링시네마] 끔찍한 현실. 그러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 <멋진 악몽> (0) | 2012.04.23 |
---|---|
메리대구공방전 中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야" (0) | 2012.04.11 |
메리대구공방전 명대사, '우리 자신을 믿고 있잖아' (2) | 2012.03.09 |
메리대구공방전 명대사, '잘 될거야 걱정하지마' (0) | 2012.03.09 |
[연구소장] 부당함에 저항한다는 것, 영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2) | 2012.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