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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가난한 사랑노래

by 김핸디 2012. 2. 1.

소장입니다.

지금쯤 알바비를 손에 쥐고 '이것이 노동의 참맛인가' 라며 웃고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네요. 어제가 말일이었고 당연히 알바비를 받을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입금이 안되었더군요. '뭐지? 이 배신의 기운은?' 이라면서 오늘 알바를 마치고 원장님께 '왜 알바비 안주시나요? 취준생을 착취하시나요? 근로기준법 좀 읊어드릴까요?'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환한 미소로 '급여지급일이 말일이 아닌가봐요?' 라며 친절히 운을 띄웠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아, 그거' 하는 표정으로 2월까지 합산하여 일괄 지급될 예정이라고 하시더군요.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회계팀의 절차가 그러하여,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있는 부분이 아니라고요. 제가 일하고 있는 방학특강 시스템은 그렇게 되어있다네요. 

그딴게 어딨어! 한 푼이 궁한 저는 근로기준법 43조 2항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지급하여야 한다' 를 들먹이며 '법대로!' 를 외치고 싶었습니다만... 늘 친절하시고 사람좋으신 원장님에게 그런 막돼먹은 짓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아, 그렇군요. 제가 알고있어야 될것 같아서 여쭤봤어요. 그럼 그렇게 알고있겠습니다' 라며 고개를 끄덕일뿐이었지요. 흑흑. 규정이 그렇다니 따라야지, 뭐 별 수 있겠습니까... 안 주시겠다는것도 아닌데요, 뭐. 다만, 그게... 제가 좀 거지라서 울분이 터졌던것 뿐이죠.

엣헴, 여튼 그래서 그냥 이렇게 또 쭈구리처럼 앉아있습니다. 사실 꼭 돈이 필요한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그늘아래 거하는 캥거루족이니까 철판깔면 그만이지요. 그렇지만 사람이 어디 그렇습니까? 조금이라도 경제적 자립을 하고싶은게 보편타당한 이 시대 젊은이들의 마인드이지요. 월급을 받으면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거, 미안한 마음 없이 한번 편안하게 사먹고 싶었습니다. 아부지의 용돈 말고, 엄마의 카드 말고, 동생이나 친구가 사주는거 말고... 그냥 제 힘으로 번 돈으로요.

그치만 사정이 이렇게 되어, 오늘도 또 엄카찬스로 순대국을 먹고야 말았네요. 부끄럽습니다. 2월 부터는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 힘대로 알뜰하게 꾸려보려고 했는데... 쩝. 대학다닐땐 과외다 뭐다 돈 잘 벌었었거든요. 어쩌다 이 지경이 된건지 조금 씁쓸해지네요. 춤 한 번 추고(요즘 매일같이 xBOX의 dance central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게임기는 없고요, 그냥 youtube에서 찾아서요 ㅋㅋ) 퀴즈 공부나 해야겠습니다. 한 달 벌꺼 하루에 확 벌어오죠, 뭐. 하아, 그나저나... 정말이지 요즘은 주머니에 돈 붙어있을 날이 없네요.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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