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2일.
야유회 갔다와서 뻗어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 기념(?)으로 쓰는 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 잘 지내고 있다. 진짜 내 인생에 이렇게 행복한 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회사 열심히 다니고, 책은 예전처럼 잘 못읽지만... 술은 많이 마시며 정말이지 '잘' 지내고 있다.
회사생활이 체질인것 같다?
- 그런 것 까진 아니고... 사실 나는 뒤늦게 취업을 한 케이스라, 그리고 내가 꿈꿔왔던 삶은 늘 영화감독, PD 혹은 작가 이런 것이었기 때문에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다. 그렇지만 꿈에 상처받고 떠난 길이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회사 생활이 무척이나 즐겁다. 솔직히 가끔은 '회사 다니는게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 나도 다른 직장인처럼 개콘 끝나면 우울해지고, '회사가기싫어' 송도 흥얼거리고 한다. 근데, 전반적으로 사람들 만나는게 정말 즐겁다. 우리팀 사람들 진짜 좋거든. 차장님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사스타일이고, 대리님도 그렇고. 부장님부터 후배사원까지, 누구하나 좋지 않은 사람이 없다. 게다가 일도 정말 재미있고. 마케팅이라는게, 되게 창의적인 직무분야다. 분석력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가 받쳐줘야 되거든. 그래서 어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재미있다. 아, 강신주가 일이 재밌다고 하는건 미친노예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그랬는데. (웃음)
퇴근 후에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 자전거를 탄다. 최근에 중고같은 자전거를 하나 샀다. 새거긴 새건데 무척 디자인이 후줄근한. 그런데 그거 타고 저녁에 산책 나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팟캐스트 영화음악 하나 딱 들으면 세상 부러울게 없는거다. 근데, 멀리는 못 간다.
주말에는?
- 스터디 계속 하고. 교회 다니고.
최근에 읽은 책 중 좋은게 있었다면?
- 책은...솔직히 정말 많이 못 읽는다. 그래도 한달에 3~4권은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최근에 읽었던 것 중 가장 좋았던 책은 <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2>(웃음) 전쟁사라는게 전략이 들어가서, 재미있더라. 적벽대전에 나왔던 연환계같은 거. 상상해보면 막 찌릿찌릿 하거든.
그래도 인생엔 희노애락이 있기 마련인데, 고민은 있지?
- 고민, 없다. 진짜. 내가 점점 그렇게 닮고싶었던 김어준마인드에 근접해 가는건지... 예전같으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머리싸맬일에 이제는 '그럴 수도 있지 뭐' 라고 받아들이게 되더라. 결과가 오지 않길 바라는게 아니라, 오게된다면 그때는 어떻게든 헤쳐나가보자. 이렇게 마음을 바꿨으니까. 물론 스트레스는 받는다. 아, 내일 PT있는데 아이디어가 없어! 뭐 이런 거. 아주 죽겠다. (웃음)
지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
- 내가 요즘 주변사람들한테 진짜 잘한다. 밥도 많이 사주고. (웃음) 인생이라는게 어떻게하면 잘 사는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근데 일단 내가 행복하고, 나 때문에 주변 사람도 행복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되는것같다, 나한테는. 물론, 여기서의 행복이라는건 잘먹고 잘사는것만은 아니지.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잖아.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 내가 작년까지만해도 <메리대구공방전>을 밤낮없이 돌려보곤 했는데, 요즘에는 한번도 안본다. 예전에는 그거 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지만, 문득문득 내가 평생 황메리에 머물러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꿈을 찾아가는 과정은 숭고하지만, 계속 꿈만 찾는 '과정' 만 반복하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러다 용기를 내서 꿈을 향해 연거푸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그런데 꿈을 못 이루어도 행복하더라. 꿈을 이뤄야만 행복할 것 같았고, 그게 너무나 큰 목표인거 같아서 시도조차 못했고, 그렇게 시간만 보내다가 결국 꿈에 부딪쳐봤는데... 안되도 괜찮다는걸 깨달았다. 시도해봤으니까 후회도 없고.
직장인이 되어서보니 꿈이란게 아예 없었던 사람도 부지기수고, 시도조차 못해본 사람들도 대다수더라. 그런데 난 되고싶은게 분명히 있었고, 시도해봤고 그래서 실패란걸 해봤던 거니까. 너무너무 감사하다. 내 좌충우돌 20대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소중할수가 없다.
사람들이 경험이 소중하다고, 하고싶은 걸 해보라고 이런 말들을 정말 많이 하는데, 그게 진짜 맞는 말 같다. 지나고보면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 해봤다는 거, 시작하고 시도해봤다는 거. 물론, 잘 될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괜찮다. 내가 최근에 영화잡지를 보다가 마음에 와닿아서 밑줄 그은 문장이 있다. "꼭 그 자리가 아니더라도 당신은, 나는,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 말을 꼭 기억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진짜 맞는 말이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그 자리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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