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입니다. 내일 회사에서 할 pt를 준비하다가, 괜히 옛날 블로그에 가서 눈팅.
2011년에 썼던 '취업준비생의 하루'라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한때 유행하던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한듯한 말투... 오그라들지만,
취업준비생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올립니다.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취업준비생 여러분들 힘내세요~
힘들어도... 그 시간은 언젠가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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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요. 어제 새벽까지 자기소개서를 쓴 탓이에요.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는데, 엄마가 어쩐일로 일찍 일어났느냐고 물어봐요. 나는 옅은 미소를 띄며 새마을모드로 '공부하러가야지' 라고 말해요. 이 순간만큼은 고 3때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아침 9시 취업스터디를 위해 집을 나서요. 오늘은 PT면접이 있는 날이에요. 머리속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점치며 내용을 정리해요. 내가 예상한 문제만 나오면 순탄할것이에요. 아침 10시 취업스터디에 도착해요. 오늘은 3명정도가 면접을 본다고 빠졌어요. 벌써 면접을 보다니 한편으론 부러우면서 그것이 자극이 되어 나의 취업의지를 불태우게 되요.
자소서 첨삭을 시작해요. 남들과 차별화되는 장점을 쓰라는 문항이었는데, 인간관계를 썼다가 너무 진부한것 같다며 까였어요. 흑흑. 하지만 정말 인간성과 친화력이 내가 내세울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니 어쩌란 말이에요. 이런 우라질네이션. 여튼 스터디원들의 반응을 보아 어제 밤새 적어내린 자소서를 뒤엎어야만 할것같아요. 슬프지만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기로 해요.
인성면접을 시작해요. 구부정한 태도를 지적받았지만, 내용은 아주 좋았다고 칭찬이 이어져요. 후훗. 역시 나는 면접에선 먹어주는 스타일인가봐요. 자소서가 통과되야 면접도 보는거겠지만, 모의 면접을 괜찮게 봐서인지 입에 미소가 번져요.
마지막으로 PT면접을 해요. 마케팅직무에 지원했기에 'SNS마케팅에 중점을 두어야하는 이유와 그 활용방안' 에 대해 발표했어요. 판서까지 또박또박 쓰면서 발표를 하노라니, 벌써 회사에 들어가서 능력을 뽐내는 커리어우먼이 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들어요. PT를 마치고 질문이 이어져요. 내가 생각해도 요리조리 잘 대답까지 잘해요. 스터디원들의 반응도 괜찮아요. 아, 나는 역시 면접에서 먹어주는 스타일인가봐요.
3시간의 취업스터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요. 며칠전 할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빵을 잔뜩샀어요. 오전시간을 알차게 보낸 나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더운날씨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샌드위치와 고로케를 입에 넣어요. 천국이 따로 없어요. 기분이 좋아서 나를 바라보며 헥헥 거리고 있는 강아지에게도 빵을 조금씩 나누어주어요. 배가 부르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빵이 들어가니 아주 사람이 긍정적이 되요.
빵을 먹고 잠시 독서를 하기로 해요. 책은 내 인생이에요. 아무리 취업준비가 급해도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는것은 입안에 가시가 돋는 일... 은 아니고 내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이에요.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를 손에 들었어요. 어머, 내가 이런 책을 이제야 읽다니! 신형철의 글은 갈피마다 줄을 긋고 싶은 마력을 지니고 있어요. 결국 잠깐만 읽겠다던 다짐은 오간데 없이 푹 빠져 책을 읽고있어요. 역시 책을 읽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책을 다 읽고, 오늘도 자소서를 써요. 오늘은 비교적 자소서 항목이 간단한 기업에 원서를 넣을 예정이에요. 내가 가고싶은 기업은 서류발표가 요원한듯하니, 할 수 없이 일종의 '보험' 을 들어요. 하지만 또 모르는일이에요. 이 기업과 내가 잘 맞을지도 모르는일이니까요. 여튼 폭풍의 속도로 자소서를 작성해요, 라지만 왠일인지 자소서 속도는 그닥 늘지 않는것같아요.
결국 또 한편의 인생드라마를 써냈어요. 내 얘기지만 글로 옮겨 적노라니 왠지 드라마의 한편을 보는듯 찡함이 몰려와요. 내가 이런 고생도 했었다니, 또 이런 노력을 했었다니, 아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려요. 내가봐도 인생을 꽤나 괜찮게 열심히 살아온것 같아요. 그런데 왜 면접관들은 이런 나를 몰라주는것이에요. 흑흑. 하지만 나를 안뽑으면 지들만 손해에요, 나는 이렇게 얼척없는 자신감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마무리해요.
취업스터디, 자소서 작성, 일련의 독서로 이어지는 나의 하루는 오늘도 이렇게 저물어가요. 2011년은 아마 스스로에 대해서 가장 많이 생각하고 돌아보게 되는 한 해가 된듯 같아요. 얼른 취업을 해서 집에서 큰소리를 치고 싶지만, 현실은 엄마가 '업자가 왜 이렇게 컴퓨터를 오래하고있냐' 라며 면박을 줘요. 노는거 아닌데... 조금 억울해요. 엄마는 요즘 나만보면 '업자' 라고 부르며 놀려먹어요. 물론 업자는 실업자의 준말이에요. 흑흑. 그러나 언젠가는 엄마에게 대접받을 그날이 반드시 올것이에요. 아마도 오늘 꿈속에서는 멋진 사회인이 되어 행복하게 웃고있는 내 모습이 나올것만 같아요. 가진것 없지만 꿈이 있어 행복한 젊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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