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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김창완, 상처나서 더 소중한 것들

by 김핸디 2014. 3. 30.



새로 산 자동차나 휴대전화, 처음에는 흠집 안 가도록 애지중지하죠. 근데 이게 딱 흠집이 나잖아요? 그럼 느낌이 달라져요. 상처난 내 휴대전화가 굉장히 애착이 가게 되죠. 흠집 하나 없는 휴대전화에 더 애착이 갈 것 같은 건 착각이에요. 모든 게 그렇죠. 너와 나의 사이도 그렇고, 상처난 내가 더 멋있고 소중한 것이에요.


- 김창완







소장입니다.


회사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지만... 문득, 문득, 지나간 일들이 떠오릅니다. 다큐를 찍던 때나, 글을 쓰던 때나, 창업센터에 있던 순간들. 그 어느것 하나 잘 된 것이 없어 저에게는 상처이기도 한 추억들이지만, 결론은 늘 '그때가 있어 참 다행이다' 라는 것입니다. 그 흠집나고 상처입은 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뭔가 실패하고,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아무도 나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던 순간들. 그 때를 잘 버티지 못했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을까. 


누구에게나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워서 힘든 시기가 20대라지만, 저 역시 돌아보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않습니다. 좋았던 순간들도 물론 많았지만, 그만큼 힘들고, 넘어지고, 맨날 상처만 받던 시기가 20대였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이 있어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를 잘 버텨서 지금 이만큼 단단해졌다고, 그때 넘어지고 또 망가져서, 이제는 제법 중심을 잘 잡게 되었다고, 그래도 조금은 깊어진 사람이 된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처를 받았어야, 실패를 해봤어야, 이별을 겪어봤어야, 성숙한 사람이고 멋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가슴 아픈 기억들을 떠올릴때마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싸해옵니다. 그러나 시큰거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기억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이 되어줄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상처를 허락하는 것. 실패를 허용하는 것. 그 흠집들이, 내 인생에 나지 않았으면 했던 그 흠집들이, 결국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것은 아닐까요. 그 고통의 깊이만큼, 그 슬픔의 너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