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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세상의 빛

by 김핸디 2013. 11. 23.



소장입니다.


오늘 스웨덴 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는데, 사회자는 게스트로 참석한 스웨덴 대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더군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대사님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질문을 들은 스웨덴 대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 겸손하게 표현해 본다면, 스웨덴과 한국이 가까워지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사실, 그의 말이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외교관으로서 자국과 대한민국이 가까워지는데 기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러나 왠지 그의 표현 중 '조금이나마' 라는 부분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그의 말대로 이건 겸손한 표현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한 나라의 대사란 '조금이나마' 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분명 크고 대단한 자리임에 틀림없으니까요.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정치적 역량으로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목적' 을 이야기 할 뿐이었지요. 


그의 말이 인상적이어서, 저도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너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니?' 조금 머뭇거렸지만, 제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줄이고, 행복도를 높이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고보니 정말 저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더군요. 그리고 이건, 제가 멘탈갑 연구소를 시작하면서 처음 다짐했던 목표이기도 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세상의 부조리와 악, 부당함을 줄이는데 기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그래서 누구는 남여평등을 실현하는데 기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또 누구는 인종차별을 줄이는데 기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다른 누군가는 지역감정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는게 아닐까, 하는. 


물론, 세상에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차별을 드러내고, 갈등을 조장하고, 끊임없이 분열을 야기해 가겠죠. 하지만, 그들이 어둠이라면 누군가는 그 어둠을 상쇄할 만한 '세상의 빛' 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차별을 줄이고, 갈등을 해결하고, 분열을 막아가면서요. 


한번도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이런 것에만 골몰했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나, 세상에 기여하는 나에 대해서는 그닥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진정한 삶의 가치는 '당신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원하십니까' 라는 이 질문 하나에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세요. 여러분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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