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입니다.
요즘 저는 다큐멘터리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꿈이 영화감독이었는데, 결국 그 언저리로 다시 돌아간 것이지요. 프로이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행복이란 단 하나, 어렸을 때의 꿈을 이루는 것이다' 어렸을 적 꿈이 부자였다거나 회사원, 공무원인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언젠가는 누군가로 자라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라는 소망을 품고 자라왔죠.
저의 경우에는 그게 막연히 영상으로 표현하는 내 작품이었던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감독을 꿈꿨지만,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제가 늘 카메라에 담고 즐거워했던 건 어떠한 이야기거리 보다는 그냥 내 친구, 내 가족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이었어요. 추억을 남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래서 자연스레 여러 영상 중에서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끌리게 되었지요.
다큐가 지닌 가장 매력적인 점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었을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그들의 깊은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요. 누구를 만나는지, 언제 행복한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쩜 그렇게 사람 사람마다 배울 거 투성이고, 감동할 것 뿐인지!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밝음을 깨닫고, 자연스레 행복한 감정이 스며들곤 하죠.
그러나 반대로 여러모로 고된 일상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잠도 못자고, 무거운 촬영장비 들고 맨날 뛰어야 하고, 시도때도 없이 혼나고, 상처받고, 그래도 씩씩하게 이겨내야 하고. 저도 마찬가지죠. 사람인지라 욕 먹으면 시무룩해지고, 때때론 정말 울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그 중에서도 제일 힘든건 잠을 못자는 것입니다. 평균 수면시간이 하루 4시간 정도라, 저의 요즘 유일한 소원은 잠을 5시간 이상만 잘 수 있었으면 하는 거에요. 하드코어한 나날이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해 보는건, 이 길 끝엔 뭐가 있을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오래 동경해왔던 일, 시도해보지 않고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일단은 힘차게 걷고 있습니다. 입술 한 번 깨물고. 신발끈 한번 묶고. 그래 이 일은 내 일이다! 라는 마음 가짐으로요.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 보니, 이렇게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 한 줄 남기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왠지 연구소에 들어와 넋두리라도 하고 싶었어요. 예전처럼 오래 시간을 들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존재하는 이유로서의 이 곳, 세상의 '빛' 의 역할을 담당하고 싶어 만들어 놓은 이 보물같은 다락방으로요.
쌀쌀해진 날씨, 다들 어떻게 지내시나요. 제가 연구소를 비우더라도... 모두 행복을 찾아가는 노력, 인생의 주인이 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지난번에 촬영 나갔다가 우연히 본 글귀를 마지막으로 나누려고 합니다. 별 말 아닌데, 되게 찡하더라고요.
'감사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나 인생을 밝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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