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소장입니다.
1. 친구랑 며칠전에 그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면 넌 뭘 하고 싶어? 그 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의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서, 그 사람의 가장 아끼는 후배가 되고싶어.'
2. 오늘 영화 <동감>을 봤습니다. 영화에서 한 남자를 짝사랑하던 주인공(김하늘)은 우연히 미래에서 온 남자(유지태)와 무선기를 통해 교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후에 친구의 남편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열지 말았어야 했을 판도라의 상자. 결국 주인공은 그 사랑을 포기합니다. 만약 주인공이 미래를 애써 부인하면서 사랑을 쟁취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미래가 바뀌었을까요. 아니면, 그래도 어떤 다른 사건으로 인해 그 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을까요.
3. 시공간을 초월하는 영화들을 볼때마다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지점은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다면, 과거와 미래는 동일선상에 펼쳐져야 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즉, 시간의 흐름이 일직선으로 흐르는것이 아니라 평행으로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진행되야 하는 것이지요. 시간여행이 가능하려면 시간은 그렇게 움직여야 합니다. 과거이면서 현재, 그리고 또 미래가 동시에. 과거, 현재, 미래는 언제나 Now playing으로 진행되어야만 하는 것이지요.
4. 미래를 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동감>에서 여주인공은 미래를 알게됨으로서 현재를 포기합니다. 그러나 다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미래를 알면서도 현재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어떻게 될것이 뻔히 보임에도 피해가기 보다는 그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럴 수 있을까요. 저라면, 결과가 뻔히 보이는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요.
5. 사람들은 가끔 과거의 일을 후회합니다. 저도 그랬던 적이 있었죠. 그러나 영화 <언니가 간다>를 보고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돌아간다해도, 지금의 모든것을 알고 돌아간다해도, 결국엔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그 영화는 주인공이 학창시절로 돌아가 10대의 자신을 대면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조언을 함으로서 끊임없이 다른 선택을 하게끔 부추기지요.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봐도, 10대의 자신이 고르는 선택지는 늘 과거의 자신과 똑같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지금 후회될지언정, 당시 그 선택들이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영화의 주인공은 아무리 노력해도 말릴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자신의 10대에게 헤어지며 이렇게 부탁합니다. '후회하면 안 돼. 니가 선택한거니까.'
6.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미래에 내가 나한테 와서, '너는 잘 살고있으니 걱정마' 라고 한 마디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과거의 나에게로 돌아가 '너는 잘 살고 있으니 걱정마' 라고 한 마디만 해주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7.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혹은 미래로 날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바꿀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는 것은 별로 없을까요.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과거 혹은 미래.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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