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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by 김핸디 2013. 8. 13.



소장입니다.


요즘 <설국열차>와 함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보고왔습니다. 마음이 아픈 영화더군요. 결국 테러범의 테러 동기는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에서 시작한 것이었으니까요. 최근 종영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도 그랬지만, 새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SNS를 하고 블로그를 하고 게시판에 글을 쓰고하는 행위들은, 사실은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거니까요.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반응해 달라고, 내가 여기 있음을 인식해 달라고, 내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표현해 달라고.


지난주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다가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반대편에 왠 아저씨 한 분이 신발을 벗고 아빠다리를 한 채 앉아계시더군요. 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그 때, 어떤 보행자분이 오셔서 그 아저씨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거시더군요. 아마 괜찮으시냐고,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위험하다고, 그런 말을 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보행자분의 말 한마디에, 그 아저씨가 횡단보도에서 일어나 도보로 물러서시더군요.


아무도 그 아저씨에게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요. 낮 이었고, 차들이 알아서 피해가는 상황이긴 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그 아저씨는 어쩜 계속 앉아계셨을 테고, 그랬으면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위험을, 한 사람의 관심이, 따뜻한 말 한마디가 돌려 놓았던 것이지요. 순간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나도 그렇게 다가서야 했는데. 주저하고 다가서지는 못했던 내 자신이, 혹시나 '니가 무슨 상관이냐' 라며 해코지는 하지 않을까 경계부터 했던 내 자신이.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사람들과 접할 기회가 이렇게나 다양해졌는데, 세상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사람들은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헤매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SNS 메시지, 전화 한 통, 블로그 글, 뉴스 미디어. 지금여기서, 한 사람이 한 사람에만 관심을 가져주면 됩니다. 누구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그래서 누구도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그렇게 서로 노력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듣고 계신가요. 누군가의 목소리. 지금, 여기,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누군가의 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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