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린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발레를 계속 하실 건가요?
- 네,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 이렇게 훌륭한 교수님이 되셨는데도, 그래도 인생을 바꾸실거에요?
- 네.
그 때 발레를 계속 하셨다면 주인공으로 성공하셨을거라고 생각하세요?
- 아니요. 그래도 하고 싶어요. 왜냐면 열정을 가지고 하는일은 꼭 1등이 되거나 스타가 되는 것이 전부가 아니거든요. 문제는 열정이 잘려져 나갔다는 것이죠. 스스로 그만둘 수 있는 생각이 들때까지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장입니다.
제가 요즘 법에 관심이 많아서(<너의 목소리가 들려> 후유증..) 하버드대 법학과 석지영 교수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저 분 정말 스펙의 종결자시더군요. 예일, 옥스퍼드, 하버드의 3개 명문 대학의 졸업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는 발레를 했고 피아노로 카네기홀 단독 연주를 할 정도로 예술적 재능도 뛰어났다고요.
여튼, 인상깊었던 것은 어렸을 때 발레에 너무 빠져있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그만뒀던 이야기를 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 때로 돌아가서, 성공한 지금의 자신과 발레리나로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을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바꾸겠다는 대답. '자기 스스로 그만둔것이 아니기 때문에, 할 때까지는 해보고 싶다' 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정말이지 그럴듯하고 자신도 만족은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에 '후회' 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진짜 성공한 인생이라는 것은 뭘까'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더군요.
심리학에 '자이가닉 효과' 라는 말이 있습니다. 뭔가 완결된 사건보다는 미결로 마무리된 사건에 좀 더 애착을 갖는 현상을 설명하는 표현이지요. 그래서 영화를 볼 때 선명하지 않은 열린 결말에 더 여운이 남고,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평생 기억에 남으며, 실현하지 못한 어렸을 적 꿈은 계속 맴돌아 가슴에 남는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어렸을 적 모험가의 꿈을 노년의 나이에 실행으로 옮기는 애니메이션 영화 <UP>은 성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이가닉 효과' 에 대한 치유영화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무언가를 하다가 그만둬 버리는것은 스스로에게 큰 상처를 입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중단된 기억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며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 때 좀 더 할걸, 시도해 볼걸, 포기하지 말걸. 그래서 할 수 있는한, 언제나 후회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가보는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실패로 끝나더라도 완성된 일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는 반면, 중단된 일에 대해서는 '가보지 않은 길' 에 대한 안타까움이 평생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 우러러보는 사회적 지위에 올랐지만, 어렸을 적 이루지 못한 꿈을 마음 한 켠에 지니고 있는 석지영 교수를 보면서 나의 '자이가닉 효과' 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해 보고 싶었던 것, 하려다가 말았던 것.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요. 오랜만에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후회없이 살기 위하여. 언제나 후회보다는, 차라리 실패를 선택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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